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랑의 책읽기 May 11. 2020

슬픈 초능력

[아가미], 구병모




강한 상징 하나를 끝까지 밀고 나간 서사. 초인적 능력은 그 사람의 개인적 고난에서 탄생되는 것이 많지만, ‘곤’의 아가미는 “즉각적인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능력”라는 점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힐빌리의 노래]에서, 일상적 가정폭력을 경험하는 아이의 뇌구조가 영구적으로 변형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성인이 되어서도 ‘맹수를 만나면 도망가라고 명령하는 뇌 속의 스위치’가 시도때도 없이 켜져서, 분노조절장애로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아가미는 곤의 목덜미에 평생을 붙어다니며 그가 사회로 들어가지 못하게 만드는 짐이 된다. 하지만 이로 인해 곤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세계를 구경한다. 슈퍼히어로물의 주인공처럼 거대한 악당을 무찌르지는 않지만, 기회가 되면 타인의 인생을 조용히 구원해주기도 한다. 

작가의 이전글 인터넷기업의 정보권력독점을 막을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