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회사고 나발이고
고타츠 하나 사다가
겨울내내 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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삣 !
버스카드가 리셋됐다.
또 다시 새로운 한 달이 시작됐다니.
아- 그것도 11월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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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 공기가 무척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시원하게 나있는 통유리창은
좋은 전망을 가져와주기도 하지만
차가운 바깥 공기를 그대로
방 안으로 전염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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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워진 방 안 공기에
좀처럼 몸을 움직이기가 힘들다.
추워서 허리가 아픈줄 알고
따뜻한 이불속에서 뒹굴거리고만 있었는데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니
허리통증이 씻은듯이 사라졌다.
내 몸에서 나는 열이
방 안의 차가운 공기와 만나
기분 좋게 따뜻한 체온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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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습도계를 하나 장만했다.
내 방이 얼마나 건조한지
숫자로 확인하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일단 우리 사무실의
오늘의 온도 습도는 25.6도 39%다.
내 방의 습도는 몇 %일지
확인하는게 기대되면서도 두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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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짐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매일 퇴사 퇴사 노래를 부르는 주제에
의자엔 허리쿠션을 놓고
책상엔 관상용 수경식물 하나와
온습도계 하나를 들여놨다.
서랍 안에는 각종 허브티와
비상용 화장품이 빼곡하다.
이 많은 물건들이 있어 편리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이유없이 다 버리고 싶어지기도 한다.
6
얼마전 대기업을 퇴사하고
세계여행을 다녀온 부부의 기사를 읽었다.
처음엔 참 철이 없구나 했는데 인터뷰 말미에
"예전엔 좋은차 좋은집이 부러워하며 살았다면
지금은 실체있는 행복을 느끼며 살고 싶다"
라고 하는 말에 찌르르 전율이 왔다.
실체있는 행복.
실체있는 행복.
일단 고타츠를 사야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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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사실 난 이미 고타츠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침대 위에 전기장판 깔고
두툼한 이불을 덮어놓으면
그 안이 고타츠지 별거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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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잠시 일본에 살던 시절
난 절대로 평생 일본에서 살 수 없겠다
느꼈던 계기 중 하나가 바로 온돌방이었다.
안그래도 수족냉증 심한 나에게
일본의 차디찬 방바닥은 고문실과도 같았다.
온풍기로 따뜻한 공기를 공급한다 해도
공기만 건조해질뿐 몸은 여전히 얼음같이 차가웠다.
노란 장판이 새카맣게 타버릴 정도로
절절 끓던 시골 외할머니댁이 어찌나 그립던지.
짧은 글쓰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