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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만월 Aug 11. 2018

무기력

정신을 쏙 빼놓고

일전에 심리상담을 받았을 때에도 내게 붙여진 증상의 명칭은 (애매하게도) 무기력증이었다. (뭐가 이렇게 시시해) 무기력으로 중 무장을 한 인간으로써 요즘의 무기력증을 설명해볼까나.


일전의 무기력증은 분명히 심장 근처에서 시작 했다. 속닥속닥속닥속닥

'하기 싫다. 해서 뭐해. 하지 말자.'

익숙한 의식의 흐름을 따랐다면 요즘의 무기력은 확실히 뭔가 다르다.


말하자면 마치 중력의 무게가 다른 행성에서 적은 산소로 버텨가며 끝도 없이 산책을 하는 느낌. 아주 억지 산책. 한 발 한 발이 무겁다. 심장 근처 까지는 가지도 못한다. 일단 손 끝 부터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일전의 무기력증이 속삭이는 것들이 다다르기도 전에 드러 누워버리고는 잠에 든다. 똑딱 잠이든다. 마치 레드 썬.


잠에 들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느낌. 반 수면 상태로 꿈 속을 걸어다니는 좀비의 상태. 아주 막강한 무기력이 찾아왔다. 어지러운 꿈을 꾸다 깨어나면 이게 현실인지, 몽중몽인지. 꿈인지 생시인지. 토끼가 간 빼놓고 다니 듯이 나도 정신을 어디다 흘린 것 같아.


아니면

내가 요즘 상추를 너무 많이 먹었다냐.

뭘 먹어야 낫는 다냐.

너는 뭐 말만 했다 하면 다 먹는거냐.

우적우적.


일관되게 시시하다. 어떻게 일생 한 번을 빠워뿔 그게 안될까. 지금이야 말로 그 땐데. 빠워뿔이 필요한. 어쨌든, 이거 참 귀찮다. 무기력. 너무 귀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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