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독후감
독후감이랄지 후기랄지
그런것들 쓰는게 익숙치 않다.
감상이라고 끄적이다 보면
맨 뜬구름 잡는 소리나 하게 되니까.
어쨌든 오늘은 독후감.
오랜만에 책을 읽었다.
바쁘기도 했고,
바쁠 수록 시간이 나면
더 정신없는 것에 정신을 팔아
바빴던 일들을 잊고 싶었으니까.
도통 책에 손이 가지 않았다.
어제 가까스로 책을 샀고,
손 대자 마자 모두 읽었다.
자기계발서 싫어한다. 진지하게 싫어한다.
이럴땐 이래라 저럴땐 저래라 하는 것도 싫고
네 인생과 내 인생이 엄연히 다른데
어따대고 네 인생을 내 인생에 적용하라느냐!
하는 마음이 쑥 치밀고 만다.
허나 모순적이게도
손 대어서 끝까지 읽는 책도 자기계발서,
가장 집중해서 읽게 되는 책도 자기계발서,
흥칫뿡 남발해가며 읽긴 해도
어쨌든 며칠간 뇌리에 남아 떠도는 것도 이런 책들.
예민함이라는 무기
라는 책 제목을 듣자 마자
사야겠다 싶었다.
그냥 오랜만에 책을 끝까지 읽고 싶었던
마음에서였다.
게다가 예민함이 무기라잖아.
한 예민 하는 사람 아니던가 나 또한.
남 보기를 주인님같이
나 보기를 돌같이 하는
호흡과도 같은
내 패턴의 원인이 바로
바로 예민함이었단다.
'예민함이 무기' 라고 책 제목에 떡 붙여놓는 바람에
웬 떡이냐,
'예민해서 죄송합니다'가 아니라 감히 '무기'라니
간만에 자존감 좀 충전해보자 싶어
카드긁고 책을 손에 든 나같은 한 낱 불나방에게
이 책은
원펀치 쓰리강냉이 날리는데.
예민함은 졸라 강점이지만
요즘 사회엔 그닥 쓸모가 없고
조절 못하면 졸라 주변에 민폐주니까
니 그 예민함을 활용해서
졸라 잘 해봐.
응.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요약이다.
스포??
몇 가지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문답을 통해
예민한 인간으로 찍힌 독자는
이래라 저래라 하는 저자의 손가락에
놀아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하여튼 용한 책이다.
당분간은 그 손에 놀아날 작정이다.
웬만해선 안쓰는 독후감을
오밤중에 써내리는 이유는
이 책이 나를 아프게 했기 때문이다.
일년 남짓의 심리치료를 하는 동안
내내 주어졌던 과제도
스스로 경계를 시험하고, 설정하고, 책임지는 것.
어째 이 책 전체에 녹아있었다.
파편 뿐이라
왜 이모양인지 당췌 모르겠던 스스로가
조금은 꿰어졌다.
한 번 더 읽어볼 작정이다.
그 동안 살면서 생각했던 것들,
불쾌하고 불편하고 감당이 되지 않았던 것들을
왜 감지하지 못하고 밀어 붙였는지,
무엇 때문에 스스로를 가둬놓고 괴롭혔는지,
조금씩 정리해 볼 참.
예민한 부모에게 자란
예민한 아이가
예민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데 까지
박탈 당했던 것 들을 찾으라고
시키니까
해보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