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담잡설(茶談雜說): 차 마시다 떠오른 별별 생각
지난봄, 작가가 있는 도시의 공공기관 소속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단체 미팅”을 주선한다는 안내문을 보았다. 이 미팅을 위해 기관마다 미혼남녀 4명을 선발하여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미팅 프로그램 중에는 “커플 매칭"도 있었다. 인구 무슨 협회에서 주관하는 행사라는데 지방 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 직원들의 정착을 돕고 인구 감소 문제에 대처하려는 기획의도가 엿보였다.
인구절벽. 아직까지 아무도 실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10, 20년 내에 정말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것이다. 사람 귀한지 모르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아마 180도 바뀌어서 사람이 하도 귀해서 절절매는 분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사실, 그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본다). 일손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우리의 일상에서 젊은 목소리가 줄어들고, 사라져 버린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우울하고 쓸쓸하다.
젊은 세대가 가정을 이루고, 2세를 생산하고, 지역사회에 자리 잡도록 돕는 것은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결혼 적령기의 남녀를 모아 놓고 단체미팅 몇 번 주선하면 자연스레 짝이 찾아질까? 큰 오산이다. 무슨 발정 난 암컷, 수컷을 모아 놓고 흘레 붙이는 것도 아니고. 이런 결정을 하는 부장님들이 죄다 선을 봐서 결혼한 세대라서 그런 것일까? 요즘에는 소위 386 세대가 부장님들이 아니신가? 젊은 세대를, 아니 사람을 몰라도 한참 모르고 계신다. 단언컨대 이런 식으로는 낮은 혼인율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무슨 인구 학자도 아닌 작가가 차 또는 술을 마시면서 이 "단체 미팅"에 대해 주절 거리는 이유는 이보다는 조금 더 나은 대안을 상상해 보기 위함이다. 이런 일회성 관제 미팅으로 기대만큼 커플이 탄생할 확률은 매우 낮다. 장담한다. 물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고, 협회의 실적으로 잡히기는 하겠다. 그러나 그것뿐 일게다. 그보다는 좀 더 긴 안목으로 투자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지방 이전 기관 직원들의 동아리 후원은 어떨까? 한번 만나서 얼굴 보고, 대화 몇 마디에 전화번호 교환했다고 좋아하는 감정이 싹트겠나? 정기적으로 꾸준히 즐겁게 만나다 보면 서로를 알아가면서 사귈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예를 들어 다도회! 그렇다 여기에는 작가의 사심이 한껏 개입되어 있다. 함께 모여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레 정이 오고 가지 않을까? 이 외에 합창단, 오케스트라, 힙합,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동아리 조직을 장려하고 지원한다면 더 자연스럽게 "커플 매칭"이 될 수 있으리라. 사실 "커플 매칭" 확률이 가장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동아리는 맥주 양조 동아리, 와인 테이스팅 동아리이겠지만, 공공 예산으로 음주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서 패스한다.
기대만큼 커플이 탄생하지 않더라도 직원과 지역 주민들의 복지 향상에는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긴 호흡으로 할 수 있는 공공사업이 과연 존재할 수 있기는 할까? 광복 이후 대학입시 제도를 19번이나 개편한 나라인데... 멋들어지게 보여지는 단기 성과에 목말라하는 이 나라에서 과연?
작가는 개인적으로 “커플 매칭”이 전혀 필요하지 않지만 다도회가 생긴다면 적극 참여하여 미혼 동료들의 “커플 매칭”을 지원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