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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원다인 Apr 10. 2020

"투표할 후보 없음" 선택지를 허하라

다담잡설(茶談雜說): 차 마시다 떠오른 별별 생각

마신 차: 아미춘. 3g, 95도, 40s-10s-30s-1m-1m30s


"너는 어느 편이냐?"고 묻는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출퇴근 길에 여기저기서 시끄러운 선거 홍보 소리가 들려오는데 솔직히 다른 어느 선거보다 가장 관심이 덜 간다. 코로나 유행 때문인 것도 있지만 선거제도 개편으로 뭐가 많이 바뀌고, 정당도 여럿 새로 생기면서 도대체 어디에다 투표를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인터넷에 심심풀이 정치 성향 테스트가 있어서 해봤다. 보수와 진보 성향이 정확히 50:50인 빼박 중도가 나와서 한참을 혼자서 웃었다. 한 사람의 정치 성향을 몇 단어로 규정해버리는 것은 참 편리 하지만 무모한 짓이라 생각한다. 이 복합적인 인간의 마음을 어떻게 단순하게 정리해 버릴 수 있을까? 


나만 해도 진보적인 이상과 목표에는 열렬히 동의하지만 거기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은 보수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 사람을 상대로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방법을 섣불리 사용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위험한 생체실험이 아닐까 싶어서 그렇다. 내가 정말 오류 없고 대단한 방법을 제안할 만큼 똑똑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소위 중도 성향인 사람은 선거철이 돌아오면 괴롭다. 도대체 누굴 선택해야 할지 품을 들여서 고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선거의 비례 정당 투표용지는 거의 50센티가 넘는다고 하던데, 과연 어디에 투표를 해야 하는 걸까. 두툼한 선거 홍보물이 배달 왔는데, 투표 전에 시간을 내서 공부를 해야겠다. 유력 후보들이 모두 파렴치한 전과의 훈장을 떡하니 달고 있어서 누굴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진다.


정치학 수업을 들을 때부터 선거에서 "투표할 후보 없음," 또는 "기권"이라는 선택지를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음악 콩쿨에도 입상자 없음이라는 결과가 있지 않은가. 마뜩한 후보가 없다면, 아예 선거 자체를 무효화해서 재선거를 치를 수 있는 권리가 주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판은 나가리"니 새로운 후보를 달라는 거다. 


투표를 하지 않음으로써 자동 기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인 기권의 의사를 명백히 밝힘으로써, 후보들과 정당에 강력한 경고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를 물로 보지 마! 더 나은 후보를 달라!" 나처럼 누구의 편도 아닌 50:50 중도에게는 꼭 필요한 옵션이다. 


정치적 무관심은 범죄다. 내가 투표를 하지 않았는데, 선출된 권력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참 어려운 시절에 열리는 선거인데 투표장에 가서 차선의 후보를 선택하던가, 당당하게 의도적인 기권 의사를 밝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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