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담잡설(茶談雜說): 차 마시다 떠오른 별별 생각
마신 차: 아리산 고산차. 4g, 95도, 40s-30s-40s-1m-1m30s/ 마신 술: 필스너 우르켈 330ml
대형마트 가까이에 살아서 좋은 점은 느지막이 폐장 시간 즈음 마트를 방문하면 반값 할인하는 떨이를 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회식자리도 없는 요즘, 밤마다 가까운 마트에 실실 걸어가서 안주거리 떨이 사냥을 하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건강에 더 신경을 써서 그런지 이비인후, 소화기 계통은, '내가 이렇게 건강했던 적이 있나?'싶을 정도로 좋다. 코로나의 역설이랄까? 전반적으로 컨디션이 좋아도, 너무 좋다. 손 소독 잘하지, 과음 안 하지(못하지), 덕택에 규칙적인 생활 하지, 끼니 꼬박꼬박 잘 챙겨 먹지 등등, 몸 상태가 나쁠 수가 없다.
확찐 예약을 한 것 빼고 몸은 너무 건강해졌는데, 정신적으로 허전하다. 어디에 쓸 데가 없는 건강이라니! 마치 우리 속에서 사육당하는 기분이다. 차를 마시다 문득 '건강도 적당히 조절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1일 1캔(맥주)을 실천하기로 정했다. 밤에 마트에 가서 맥주와 떨이 안주를 구해와 혼자 한 잔을 하고 자는 거다. 사육당하는 가축이 아닌 말썽도 부리는 인간의 삶을 살기 위해.
안주로는 30~50% 할인하는 생선회를 우선 노리는데, 적당한 게 없으면 새우, 조개류 등 해산물을 고른다. 늦은 시간에 굽거나 튀기면 이웃에 민폐가 될 듯하여 주로 삶고 찌거나 데쳐 먹기에 적당한 재료를 고르다 보니 해산물을 고르게 되었다.
누구나 좋아하는 새우는 냄비에서 살짝 삶거나 쪄먹으면 맛있다. 전자레인지를 사용하는 새로운 조리법을 배웠다. 먼저 전자레인지 전용 찜기에 넣어 쪄서 먹고, 머리는 모아서 다시 전자레인지에 구워 먹는 방법인데 훌륭하다. 꼬막 데침도 술을 부르는 메뉴다. 내가 사랑하는 바다의 맛! 회사 식당 주방장님에게 배운 방법으로 살짝 데쳐 먹는데, 큰 거 한팩을 사다가 데쳐서는 접시에 펼쳐 놓고 정신없이 주워 먹는다. 꼬막으로 배를 채운다는 얘기 들어 보셨는지. 이러다 간단 안주 요리 실력이 꽤나 늘지 싶다.
마트에서 떨이를 못 구하면, 황태채를 전자레인지에 바짝 익혀서 "마요네즈+다진 청양고추"에 찍어 먹는데, 요것이 맥주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한다. 청양고추를 다지는 것이 조금 성가신데, 그만한 수고를 들일 값어치가 있기는 하다. 요사이 나의 최애 안주로 등극하였다. 이런 양질의 단백질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근육량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염치없는 바람일 뿐이다. 확찐에 도움이 되겠지.
맥주를 500ml 캔을 마시다가 매일 잠자기 전에 마시기에는 좀 많은 듯하여 330ml 작은 캔으로 줄였다. 소주도 마시는데, 한 병을 다 마시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적당량을 칵테일로 만들어 마신다. 보이차와 섞거나, 매실청, 오미자청을 섞어서 유리 공도배에 담아 마시면 아주 색다르게 취할 수 있다. 술 얘기까지 하기 시작하면 다담잡설이 주담패설로 흐를 수도 있어 자제해야겠다.
Guilty Pleasure! 나 홀로 불량한 쾌락을 만끽하는 순간이다. 언제 어디서 이유도 모른 채 병에 걸려 기약 없는 격리를 당할지도 모르는 코로나 시절이다. 자유를 숨 쉴 수 있을 때 이런 불량한 맛이라도 있어야 살아가지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