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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멈춰있는다는 것은

사랑은 나의 새로운 면을 비춰준다

by 몽찌

나는 내가 앞으로 잘 나아가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늘 다음을 생각하고 지나간 것에 대한 후회는 남기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하지만 특히 사람에 있어선 예외인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내 의지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아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 자리에 두고 온 소중한 기억과 인연을 자꾸 되새김질한다.


돌아본다고 다시 그 시절이 나에게 오는 것이 아님을 앎에도 나는 종종 시간 여행을 해버리고 만다. 오늘을 잘 살고 있다가도 문득 떠오른 생각들에 다시금 풍덩 빠져버리다가 결국 가라앉고 만다. 차오르는 이 기억들이 환상임을, 스스로 떨쳐버릴 수 있음을 알지만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가만히 빠져있는다. 그리고 고개를 저어버린다. 어떻게든 생각을 다시금 다잡아도 지금의 나와 몇 분 뒤의 나는 완벽히 다른 사람이었던 것 처럼 의미없는 기억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난 인내심이라곤 정말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잘 버티는 사람임을 이 곳에 와서 더더욱이 깨닫는다. 순식간에 날 잡아먹는 감정들에 빠져버려도 마음에 가득히 차오르는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내 감정들을 그저 버텨낸다. 어떻게든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을 쳐도 언제 그랬냐는듯 깊이 더 빠져버릴 것을 알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냥 가만히 눈을 감고 버틴다. 그리고 충동이란 이름 아래 일부러 그 기억을 다시 열어버린다. 어차피 외면해도 난 완벽히 떨치지 못함을 이젠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난 언제쯤 기억을 딛고 다음 세상을 향해 뛸 수 있을까? 그 자리에 두어 옅어진다면 좋겠지만 옅어지긴 커녕 그 곳에 놓인 기억이 신경쓰여 자꾸 돌아보는 나는 스스로가 너무 한심해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내가 행동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용기가 없는 것을 억지로 포장하며.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 자꾸 역행하는 내 모습이 안쓰럽고 답답해서 오늘도 그냥 내 가슴만 치며 억지로라도 다른 것들로 눈을 돌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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