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리모컨

비로소 털고 일어서야지만 고쳐지는 리모컨

by 몽찌

마음 깊이 소중히 여기던 누군가를 떠나보냄과 동시에 내 마음엔 고장난 리모컨이 생겨난다.

그 리모컨은 자아라도 있는 듯 멋대로 마음 속 장면을 켰다가, 껐다가, 이따금 다른 화면으로 돌려졌다가도 마음대로 채널을 바꿔버린다.

그렇게 켜진 화면 속 예뻤던 그 장면을 가만히 감상하다보면 모든걸 기록해버린 마음이 야속해지기도 한다. 그러기도 잠깐 다시 넋을 놓고 그 기억들을 가만히 바라본다.

기억들에 나도 모르게 빠져 있다보면 어느새 밤이 되어버린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싶은 마음에 다시 나의 일상으로 시선을 돌리지만 여러번 돌려보며 깊게 남겨져버린 추억들의 파편에 아려진 마음은 생각의 파편마저 삼켜버려 아픈걸 알면서도 더욱 깊게 안아버린다.

그 고통은 결코 온기를 가지지 못함에도 그 고통마저 너의 일부라 여기며 더욱 크게 팔을 벌린다.

그렇게 끊겨버린 장면을 몇 번이고 돌려본다.


그렇게 고장난 리모컨을 버리지도 못하고 그저 손에 쥐고 기꺼이 아픔을 택한다.

상처난 나의 마음은 다시 나를 살리기 위해 박혀버린 기억과 사랑의 파편들을 그대로 품은 채 아물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