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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연 Oct 09. 2021

인간관계가 힘들다는 배부른 푸념

인생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것

익명성이 보장되는 공간이지만 의외로 개개인이 잘 드러나는 곳이 클럽하우스다. 언제든 팔로잉을 한 번의 터치 만으로 끝낼 수 있는 곳, 만남과 헤어짐이 자유로운 곳. 고무줄처럼 당겨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는 곳. 이런 곳에서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공유할 수 있을까?




클럽의 한 멤버가 힘든 일이 있었다며 마음의 괴로움을 털어놓았다. 일적으로 만나 사적으로까지 인연이 이어진 그 사람이 자신을 너무 믿고 의지하는 것 같다고 했다. 상대방의 개인사를 알게 되면서 위로도 해주고 상담도 해주는 사이가 되었는데 어느 순간 그 사람이 만드는 온갖 감정의 쓰레기를 자신이 처리해 준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래서 좀 거리를 두려 하자 상대가 하는 말이 나는 이만큼의 마음을 주었는데 너는 왜 그러지 않냐고 울며불며 서운함을 토해냈다고 한다.


그 사연을 들은 다른 멤버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위로나 조언을 말을 해주었다. 가스 라이팅(요즘 이 말이 핫한 것 같다.) 아니냐, 그런 사람과는 손절하는 게 최선이다, 사람 관계에서는 이기적인 게 맞다, 본인의 감정에 충실해라 등등. 굳이 나까지 말을 보태지 않더라도 하나같이 다들 옳은 말들을 해주고 있어 나는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그러다 잠시 남의 개인사에 참 다들 열심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람 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언제였던가 생각해 봤다. 분명히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오해하고 미움을 사고 멀어지고 끝내 안 좋은 기억으로 헤어졌던 일들 말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나는 그런 괴로움에서 한 발짝 떨어져 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요즘도 종종 다른 사람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거나 기분이 상할 때가 있긴 하지만 그 괴로움과 불편함을 오래 껴안고 살진 않는다. 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초연해졌는지 모를 일이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불교 경전 숫타니파타

인생이란 결국엔 오롯이 혼자 살아가는 길이다. 이렇게 얘기하니 99세쯤 된 꼬부랑 할머니가 세상 다 살아본 듯하는 얘기 같지만 사실 모두가 아는 진리 아닌가. 물론 혼자 가는 여정 속에서 점하나만 찍으면 남이 되어버릴 배우자, 소울메이트라 불릴 친한 친구 한 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토끼 같은 자식 등이 인생의 어떤 시기 동안은 함께하겠지만 결국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쉽지 않은 인생이란 길을 걷는 건 나의 몫이다.




인생은 아름답지만 살아내는 게 쉽지만은 않다. 누구에게나 말 못 할 고민 한 두 개쯤은 있고 멀쩡히 잘 살아가다가도 한 두 번은 철퍼덕 미끄러져 진흙탕에서 구르기도 한다. 사업을 하다 절벽 끝에 내몰리는 상황이 오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어쩔 수 없는 이별을 하기도 한다. 사는 게 다 그런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지금 당장은 죽을 것 같이 힘들어도 결국엔 다 지나갈 일이다. 인생의 마지막에서 볼 때 지금의 이 괴로움은 그냥 하나의 작은 점에 불과할 수도 있다. 가족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인간관계는 내 손에서 컨트롤할 수 있다고 믿어라. 가족도 아닌 사람과는, 나의 목숨과 재산을 크게 위협받지 않는 이상 그냥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선선하게 사는 게 좋다. 내가 그렇게 살아보니 좋아서 하는 말이다. 그런 고민이나 푸념은 배부른 것이라고 생각해 버려라. 그냥 심플하게 생각하고 살면 된다. 너무 좋아하지도 너무 싫어할 필요도 없다. 설령 어쩔 수 없이 타고난 심성이 그래서 그렇게 되어 버릴지라도 티 내지 않도록 연습할 필요가 있다. 마음속으로 중용을 찾기 위해 애를 써야 한다. 이렇게 매일 조금씩 연습하다 보면 인간관계로 크게 괴로울 일은 점차 줄어든다.


내가 먹고 살만 한가 보네.
이런 걸로 신경 쓰고 있는 걸 보면.


이렇게 생각하면 내가 가진 많은 것들이 눈에 보이고 나에게 있어 소중하고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구분해 낼 수 있다. 한 번뿐인 나의 인생.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현재의 시간을 좀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에 쓸 수 있기를 바라며 나는 언제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길을 즐길 것이다. 인간관계에 지쳐 울고 있는 당신도 그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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