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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연 Oct 19. 2021

목소리 만으로도 당신을 알 수 있어요

나를 표현하는 또 다른 수단

클럽하우스를 하기 전까지는 목소리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냥 듣기 좋은 목소리, 특이한 목소리, 허스키한 목소리. 이 정도로만 생각한 게 다 였다.


그런데 어느 날 목소리로 고민하는 한 분을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적극적으로 클럽 활동에 임하는 사람이었는데 최근 다른 사람한테서 '듣기에 거슬리는 목소리'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녀 역시도 부드럽고 상냥한 음성은 아니지만 클럽하우스 내애서 이런 얘기를 들을 정도로 자신의 목소리가 좋지 않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처음 겪어보는 일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더 큰 문제는 그 뒤로 자꾸만 신경이 쓰여서 콤플렉스까지 생길 지경이 된 것이라고 한다. 내 생각에도 그녀의 목소리가 아나운서나 성우의 목소리처럼 듣기 좋게 들리진 않았지만 그것보다는 대놓고 저렇게 말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클럽하우스엔 목소리를 자신의 강점으로 삼아 다채로운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책을 낭독해 준다거나 성우나 배우가 꿈이어서 모여서 연습을 하는 방도 있다. 또 미국에서는 오디오 액터 클럽도 있고 한 유명한 강연자가 목소리 전달력에 대한 강연을 정기적으로 열기도 한다.




목소리만으로 연결되는 앱 상의 공간에서는 목소리뿐만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특유의 말투도 고스란히 다 드러난다. 어떤 사람은 '음, 이제, 그러니까'라는 말을 자주 쓰고 또 어떤 사람은 '다나까'체를 사용해 말한다. 어떤 사람은 혀가 좀 짧고 어떤 사람의 말투에는 애교가 넘친다. 의외로 목소리가 비슷한 사람들도 많다. 가끔 '어, 이 분 ㅇㅇ님 인가? 목소리가 비슷한데.'하고 확인을 위해 프로필을 볼 때도 있다.


이렇다 보니 듣기 좋은 목소리를 가졌거나 딕션이 정확한 사람들이 부럽기까지 하다. 가끔 낭독을 할 때 씹히는 발음들이 있어서 볼펜을 입에 물고 연습이라도 해야 하는 건 아닌지 잠깐 생각해 본 적도 있었다. 생각이 이렇게 까지 미치자 목소리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다시 느끼게 된다.


목소리는 나를 드러내는 또 하나의 수단이다. 듣기 좋은 목소리와 특유의 말투는 호감을 불러일으키고 그의 개성을 드러낸다. 하지만 억지로 예쁘고 멋진 목소리를 꾸며서 말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러기도 힘들지 싶은데 언제까지 목에 힘주고 의식하면서 꾸며 말할 수 있을까. 성우도 아닌데 말이다. 그리고 목소리는 타고나는 것이기에 연습으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다. 


좋은 목소리를 갖지 못했다면 차라리 말투를 가다듬고 연습해서 나만의 개성으로 만드는 건 어떨까?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의 말투나 화법을 따라 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나도 한때 라디오 진행자인 '정지영'아나운서의 목소리와 다정한 말투가 좋아서 그녀의 멘트를 따라해 보곤 했었다.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 듯 목소리도 고유한 것이라고 한다. 영화에서도 목소리만을 가지고 범인을 추적하거나 통화만으로 대화를 이어나가며 서로를 알아가는 예능프로도 있었던 것을 보면 목소리만이 주는 무언가가 있는 건 확실한 것 같다.


꾸준히 스피커로 참여하고 있는 북클럽에서는 책을 나누는 방법으로 일부를 읽기도 하고 짧은 소감을 말하기도 하는데 몇몇의 멤버가 내 목소리나 말투 등에 대해서 듣기 좋은 칭찬을 해주었던 일이 생각난다. 목소리 만으로 내가 어떤 성격일지, 어떤 직업을 가졌을지를 추측해내는 그 상황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잘 맞추어서 소름 돋았다.)


그러고 보면 나 역시도 목소리로 누군가의 이미지를 만들어 상상하고 있었다. 가령 목소리가 차분하고 나긋나긋한 사람을 만나면 '성우, 상담원 아님 성악을 하나'라고 생각했다. 목소리가 너무너무 듣기 좋아서 그 사람의 프로필을 보며 직업이 뭔지, 내 예측이 맞았는지 확인해보고 연결된 인스타 계정까지 들어가 내가 상상한 이미지에 얼마나 부함 되는지 뒷조사를 하기도 했다.(인스타 계정을 등록해 둔 건 와서 봐도 좋다는 허락 아닌가? 흠흠)


오늘은 백채널(쪽지 기능)을 하나 받았다. 북클럽에서 책 소개를 하다가 갑자기 생각난 동화책 제목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 제목과 함께 '차분한 목소리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의 쪽지였다. 목소리 만으로도 팔로우를 할 수 있는 곳. 이곳 클럽하우스에는 목소리가 당신을 드러내는 또 다른 수단이나 재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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