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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연 Oct 16. 2021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말하지 않아도 좋아요

엣헴, 쉽지 않다는 '브런치작가' 타이틀을 단 한 번의 도전으로 얻었다. 좀 재수 없게 들릴 수도 있지만 왠지 한 번에 될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서랍 속의 글이 서너 개가 만들어졌고 나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나의 생각을 담아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바뀐 화면과 민트색 알림 Dot. 오예, 성공이다.



since10052021


어디다 자랑할 곳도 없고 해서 기껏 티를 낸 게 카카오 음(Umm)이다. 방을 하나 열었다. 이른 아침에 글을 쓰는 나는(24시간 언제라도 글이 써져야 하는데, 이른 아침 시간에만 온전히 집중해 글을 쓰게 된다.) 방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이모티콘 몇 개를 붙여 '음악과 커피::말없이 글 쓰는 방(feat. 브런치 작가)'방을 열고 혼자 글을 쓴다. 가끔 누군가가 들어와 그날 나만의 BGM으로 선택된 음악과 함께 찰박찰박 눌리는 자판소리를 그 만의 BGM으로 삼아 말없이 들어준다.


'벽보고 쓴다'라는 말이 있는데 방구석 작은 책상에 홀로 앉아 하얀 한글 화면에 까만 글자를 채워나가는 외로운 작가의 시간을 빗댄 말이다. 읽어주는 독자는커녕 지금 내가 쓰는 있는 게 글자인지 글인지 재미는 일도 못 느끼겠다. 몇 달째 열었다 닫었다를 반복하고 있는 저 케케묵은 폴더 안의 스토리를 속 시원하게 뻥 뚫어주거나 '나는 입으로 썰을 풀 테니 너는 받아 적 거라'하는 앱 따위가 없다는 게 통탄스러울 따름이다.


이런 외로운 글쓰기의 순간을 함께 하는 이 가상의 공간, 말 한마디를 나누지 않아도 그들과 나는 어떤 끈끈한 동지애와 따뜻한 유대감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만 같다. 오늘도 나는 어스름한 새벽에 일어나 커피 한잔을 내려 보라색 앱 안에 방을 하나 만들었다. 오늘의 BGM은 빗소리와 어우러지는 쇼팽의 녹턴|Nocturne으로 선택했다. 지금 이 순간, 나의 시간에 찾아온 누군가와 같은 음악을 들으며 각자의 글쓰기에 몰두하고 있다. (감사합니다. 장미꽃향기님, 듣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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