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무기력하게 사는 것 같아서
인스타그램을 들어가기가 무섭다. 아무리 내 관심사를 염탐해서(좋은 말로는 최적화) 피드에 보여준다고는 하지만 너무 한 것 같다. 성공하는 법, 부자 되는 법, 영어 학습 법, 독서, 릴스, 좋은 풍경, 영국 황실의 가십거리 까지... 피드가 정보글과 광고, 남들 사는 개인사로 넘쳐난다. 점차 인스타를 열기가 부담스러워진다. 다들 나만 빼고 열심히 사는 것만 같아서 말이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요즘 성공하려면 인플루언서가 되어야 한단다. 사실 원고 투고를 하면서도 '인플루언서도 아닌 내 글에 누가 관심이나 갖겠어.' 하는 생각에 고독해진다. '다들 경력직만 찾으면 나는 어디서 경력을 쌓냐!' 하는 말이 이렇게 와 닿을 수가 없다.
나는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지 않다. 아니 솔직히 얘기하면 될 자신도 없고 오히려 두렵기까지 하다.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생기면 생길수록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생겨나겠지. 그러다 공개 저격이라도 당한다면 나는 저 땅끝까지 꺼져 다시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도 못할 것 같다.(이런 걸 보고 구더기 무서워서 장도 못 담그는구나... 하겠지 ㅎ) 나는 보기만큼 멘털이 세지 않다.(보기만큼 술도 못한다. 그래, 나는 사실 마음 약하고 끈기 없는 사람이다.)
인스타그램 속 내 피드는 끊임없이 성공하는 법을 얘기하고 부자 되는 법을 얘기하고 좋은 책을 추천해주며 미라클 모닝 챌린지를 인증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다들 이렇게 정보를 전달하고 부지런을 떨지 못해 안달이람... 그 이유가 뭘까? 이놈의 인플루언서, 팔로워를 끌어 모으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돈을 벌려면 유명해져야 하고 유명해지려면 인플루언서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너무나 무기력하고 겁 많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 같아 인스타그램 열기가 힘겹다. 어떤 정보를 나눠야 할까? 어떻게 해야 유명햐질까? 나는 유명해지고 싶진 않은데 꼭 유명해야만 돈을 벌 수 있는 건가? 꼭 유명해야만 작가가 될 수 있는 건가? 이런 생각을 계속하자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 같다.
요즘 인스타그램 속 사람들이 보여주는 열정은 마치 미친 것 같다. 매일 뭔 인증들을 그렇게 열심히들 하는지... 새벽 기상, 독서, 운동, 공부... 다양도 하다. 플래너를 시간 단위로 써서 인증하는 사람도 봤다. 오전 두 시간 동안 할 일이 다섯 가지나 되드라. 그걸 다 했다고 체크체크, 하루를 얼마만큼 쪼개서 사는지! (어질어질하다)
오늘도 세상 쉽게 살고 싶고 끈기가 부족한 나는 열정의 인스타그램에 기가 빨리는 중이다.
by. mon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