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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ica Nov 12. 2020

글쓰기의 어려움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지만

부치지 못한 편지들처럼, 나의 메모장과 브런치 서랍에는  쓰다 만 글들이 꽤 있습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처음부터 쓴 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아이를 기다리는 차 안에서 책을 읽었고, 음악을 들었고, 그리곤  말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나 자신에게.

그게 글쓰기의 시작이 되었어요.

공부도 그저 그랬고, 별다른 재능이 없던 저에게 중학교 때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받은 적이 딱 한번 있었거든요.  그냥 내가 생각하는 말들을 글로 옮겼을 뿐인데,  상을 받고 난생처음 전교생 앞에서 상을 타고 그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 글쓰기가 취미가 되었냐고요?

아, 아니에요,.. 그 날 더듬더듬 떨면서 읽었다고 되레 선생님에게 혼난 것으로 마무리되어서인지 무대공포증과 더불어 글쓰기는 그냥 저절로 수그러든 불씨같이 되었어요.

한동안 잊고 있던 그 불씨는, 몇십 년 흘러 제가 제일 절망스럽고, 고통스러운 터널을 지날 때 다시 살아났습니다.  축축하고 묵은 세월의 진흙더미에 눌려 존재하지도 않을 거라 생각했던 내 글쓰기 유전자는 책 읽기와 더불어 함께 나를 깨워주었습니다.

일어나라고, 깨어나라고, 숨을 쉬라고.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었어요.  

들어줄 사람이 없었어도 나는 나의 엉킨 내장 같은 생각들을 줄줄이 꺼내어 깨끗하게 빨아 다시 넣어두고 싶은 토끼 같은 마음이었거든요. 억울함을 토로했고, 깨달음을 기록했고, 후회를 반성했으며, 구차한 변명도 스스로에게 글로 썼습니다.

그러던 시간들이 지나고 어느 날 브런치를 알게 되었어요. 혹시나 하고 응모한 글에 글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 나만의 공간에 글을 남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너무 신기하고 좋았어요.  그저 너무너무 신기했거든요.  다른 사람들의 글을 기웃거리고 읽는 시간도 많아졌고요. 처음엔

‘이렇게 글을 잘 쓰고 재치 있는 사람이 많다니! ‘

하고 감탄을 하고,

“이렇게 재능이 있는데 꾸준히 성실한 사람이 많다니!” 하고 두 번째 놀라고,

그러다가는 나와 나의 글을 남들과 남들의 그것들과 비교하게 되는 늪에 빠져버렸습니다.

현실도 고즈넉하고 가난한데, 브런치 집도 그러하니 기가 죽더라고요.


그래서 글쓰기도, 브런치도 접어두었습니다.

꽤 오랫동안 그랬네요.

이제 그 비교의 늪에서 빠져나왔느냐고요?

가다가다 또 빠질만한 웅덩이는 많이 있겠죠? 그런데 이제 한 살 더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그냥 남들이 ‘많이’ 공감해주지 않더라도,

남들이 ‘많이’ 좋아해 주지 않더라도,

조회수가 ‘많이’ 없는 골방 브런치라도,,,

나는 오늘 내가 기록하는 내 삶으로서의 브런치를 잘 정리하고 돌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어리숙하고, 세련되지 못하고, 늘 부족한 부분이 돋보이는 하루를 채울 수 있는 건

나의 부족함보다

더 큰 은혜와 감사 때문입니다.


이렇게 부족한데 오늘을 살아냈다니!

이렇게 어리숙한데 오늘도 무사했다니!

한 치앞도 모르는데도 이리 오랜 세월 살아온 것,

그저 그게 신기해서

그냥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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