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또 오늘
항상 별로 사는 게 즐겁지 않았다.
새털같이 많은 날 중에 즐겁고 기쁜 순간보다
휴! 오늘 또 살아야 하는구나 하고 눈뜬 적이 많았다.
그렇게 빨리 이 삶이 끝났으면 하고 지겨웠다.
닦았던 그릇 다시 닦으며,
지난주 세탁한 옷을 오늘 다시 빨고, 어제 정리했던 그 이불 다시 새로 정리하면서, 나는 끊임없이 그저 사느라고 반복하는 일들이 지겨웠다.
먹고 나면 또 배고파지는 몸뚱이가, 자고나도 또 피곤하여 쓰러져 자는 그 한계가 미련하게만 느껴져서 사는 일이 참 곤혹한 일이라고 느꼈었다.
매일 투덜거리면서도 오늘날까지 그렇게 반백년째다.
그런데 대충, 끝이 가까운 쪽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이제야 사소한 그 일들이 조금씩 달리 보인다.
하찮던 것들이 새롭다.
영원한 것이 좋은 거라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가 보다.
그저 얼추의 한계가 있는 게 훨씬 좋아 보인다.
끝이 있다는 게 한편 얼마나 다행인가.
유한한 삶에서 한계를 오지게 느끼며, 마음속에 영원을 꿈꾸고 변치 않는 진리를 찾는 촉을 갖고 태어난 인간은, 그래서 참 사는 게 고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