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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블리모니카 Sep 22. 2020

Prologue

- 미혼일 땐, 행복한 결혼생활만을 꿈꿨지만...  

얼마 전 엄마, 이모와 드라이브를 했다. 자연스레 남편 이야기가 나왔다. 


2013년 늦여름 남편이 구혼에 한창일 무렵, 그 열정을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만날 때마다 레이저 나올듯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내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다니는 그였기에, 그에 대한 분별은 물론 가만히 있다가는 나도 모르는 사이 이 사람의 먹잇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그 열정이 약간 무섭기도 했다. 그래서 엄마와 이모에 도움을 요청했었다. 엄마 이모는 가장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자, 나를 위해 객관적으로 그를 바라봐 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엄마, 이모! 이 오빠가 자꾸 나 가는 곳마다 따라오는데, 한번 냉정하게 좀 봐주세요!" 


하지만 엄마와 이모는 남편을 만난 그날, 남편에게 반해 버렸다. (그때 그렇게 빠지지만 않았어도...) "모니카, 너무 괜찮은 사람 같다. 이런 사람 만나기 힘들 것 같다." 등등 내가 믿었던 두 사람의 코멘트에 나도 긴장하고 있던 마음을 놓아버렸고, 결혼은 일사천리로 추진이 되어 그해 12월에 식을 올렸다. 만남에서 결혼까지 약 100일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하지만 결혼식날부터 신혼여행, 신혼기간, 유산, 임신중독, 산후우울증 등 극도의 갈등 상황에 치닿자 내 마음도 갈기갈기 찢어졌고, 결혼을 최초로 허락한 엄마와 이모의 마음도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많이 상했다. 하지만 근 5년 간 어둠의 시절, 엄마와 이모는 항상 내 편이 되어 주었고, 늘 배려해 주셨었다. 자신들의 아픔을 숨긴 채로...


“이제야 말하는 거지만, 그때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던지. 얼마나 많은 밤을 울었는지 모른다. 너야 더했겠지만...”이라는 말에 핸들을 더 세게 잡았다. 다행히 눈물은 나지 않았다(눈물이 났다면, 다들 너무 힘들었을 거야). 이모와 엄마의 짧은 한마디에 담긴 마음을 너무나 잘 아니깐... 가슴이 아렸다. 


엄마와 이모는 한 소리도 덧붙였다(아마 내 마음이 상할까 봐 였겠지). “그래도 지금 잘 살아서 다행이야. 처음에 그렇게 심하게 싸우고 나니깐 더 이상 싸울 일도 없겠다.”  난, “그러게 지금은 그렇게 안 싸우니깐. 근데 신혼 때 안 싸웠던 친구들은 육아하면서 슬슬 싸우기 시작하던데?”라고 답했다. 


미혼일 때는 결혼에 대한 환상이 대단했었다. 행복한 부부생활을 꿈꿨고, 부부싸움이나 갈등에 대해서는 그저 머릿속에서만 시뮬레이션해봤을 뿐이었다. 그런데 결혼생활이 이토록 처절할 줄이야. 


나는 인생의 변곡점에서 뭐하나 가볍게, 스무스하게 지나가는 법이 없었는데... 결혼생활도 역시 었다. 아니, 결혼생활은 정말 처절했다. 그저 행복만을 꿈꾸고 기대했건만... 어두웠고, 끝이 없는 깊은 터널에 외로이 홀로 갇힌 듯했다. 출구가 없을 것 같았고, 너무나 혹독했고, 잔인하기까지 했던 시간.


하지만 돌이켜 보니 그 덕에 마음과 생각이 매우 다부져진 것 같다.  심리적 맷집이 커졌다고 해야 하나? 더 많은 이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기까지 마음을 키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나에게도, 우리 부부에게도.


부부의 삶에 행복과 기쁨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깊은 상처가 자연스레 아문자리에 더욱 단단해지는 것처럼- 부부의 삶도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우리 부부가 더욱 깊고 단단하게 연합하며, 가족을 지키고, 삶의 고통을 지난 사람들을 품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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