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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블리모니카 Jan 27. 2021

4년간의 멈춤, 그리고 새로운 시작

신혼생활은 그야말로 종잡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남편은 일에 빠져 나를 방치했었고, 나는 아무도 모르는 지역에서 혼자 '심심병'에 시달렸다. 

남편과 나의 싸움은 잦아졌다. 우리는 서로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서로를 향한 배려는 오해되기 십상이었고, 서로를 향한 희생은 묵인되는 것이 다반사였다.  

나는 이해 안 되는 남편의 말과 행동을 그의 배경에 매치하여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해가 항상 좋은 관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혹독했던 신혼기에 한 번의 유산을 경험했고, 다음의 임신에서 임신중독으로 어려운 출산을 했다. 

출산 후에도 지속된 남편의 밤낮 없는 일은 지속되었고, 나는 자연스럽게 친정에서 몸조리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육아휴직 후 친정 근처로 발령이 나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주말부부가 되었다. 


친정에 있는 동안 나는 대학원 공부와 회사생활, 그리고 육아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남편 역시 본인 일로 매우 바빴다. 그래서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약 4년을 주말부부로 지냈다. 다툼, 오해, 분노, 서러움, 막막함 등이 공존했던 시간이었다. 


그 시간 동안 아이는 자라고 있었다. 4살이 된 아들에게는 '곁에 있는 아빠'가 필요해 보였다. 아이는 활동적이었고, 매사에 적극적이었다. 외가의 넘치는 사랑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아빠를 매일 만나지 않다 보니, 아빠와의 친밀함이 부족해 보였다. 나는 일과 부부관계가 아이의 권리, 즉 부모와 함께 지낼 권리,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을 권리 등을 박탈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당장 남편과 합치는 것은 용기가 필요했다.  


결혼식, 신혼여행, 그리고 말 못 할 신혼 때의 아픔을 내가 이겨낼 수 있을까?

내 마음의 안정을 지킬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졌다. 그래서 결심했다. 결혼식의 기억은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 하더라도, 나를 옥죘던 신혼여행에 대한 기억은 만회해보기로.. 해외여행을 통해 그에게 기회를 줘보기로 했다. 3명이 된 가족이 해외여행을 떠나고, 여행에서 내 마음이 풀린다면 아이를 위해서라도 주말부부 생활을 정리할 것이라 마음을 먹었다. 


마침 2018년은 항공사들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행 취항을 기념하는 항공권 할인행사를 진행 중이었다. 


"오빠, 지금 프로모션 하는데 이번 명절에 8박 9일 동안 러시아 여행이나 다녀올까?" 


러시아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남편이기에 비용의 문제만 아니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그해 추석명절 양가 부모님께 양해를 구하고, 러시아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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