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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블리모니카 Jan 15. 2021

혼인신고를 한 번에 한다?!

-  한 번쯤 뜸 들이며,  다시 생각하는 것도...!

신혼여행을 다녀온 며칠 후 드라이브를 하던 중 남편이 말했다.


모니카 오늘 혼인신고하자


결혼하면 당연히 해야 할 수순이겠으나, 나는 그 말에 심란해졌다. 결혼식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신혼여행에서 느낀 남편에 대한 불쾌한 감정, 그리고 무엇보다 그제서야 현실적인 문제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뿔싸.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후에야 내 환경이 단번에 너무나 많이 바뀌어 있음을 깨달았고, 섬뜩해졌다. 익숙했던 서울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었고, 내 삶의 터전이던 직장과 공동체가 사라졌다. 즐겨가던 카페는 갈 수 없었고, 집 근처에서 오가다 만나던 친구들과 퇴근 후에 소소하게 즐기던 소모임에도 참석할 수 없었다. 나를 즐겁게 해 주던 길거리의 소소한 풍경들이 없어졌다. 일상의 루틴, 평안을 안겨주던 사람들, 더욱이 수입도 사라졌다.


너무나 급격히 바뀌어버린 내 삶과 내 일상에 촘촘히 뚫린 구멍들을, 과연 결혼식과 신혼여행에서의 나를 불안하게 만든 그 사람이 채워줄 수 있을까란 두려움이 내 생각과 마음을 차고 올랐다.      

 

주변에 사람이 많던 나와 달리 늘 독립적이고 독특했던 남편의 행동의 배경이 문득 떠올랐다.

(남편은 외동아들에 중등교육과정을 검정고시로 통과했고, 대학에서도 휴학 후 개인사업을 했던 사람이다. 성장과정에서 남편은 철저히 혼자인 삶에 익숙하고 독립적인 사람이었다.) 나는 결혼하고 그 배경이 내 삶에 어떻게 작용하게 될지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너무 두려웠다. 날 따뜻하게 안아주고, 내 이야기를 경청해 준 지인들이 그리웠고, 며칠 전의 싱글 삶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남편의 핸들은 혼인신고를 위한 주민센터로 향하고 있었지만,  난 내키지 않았다. 혼인신고를 하면 바뀐 내 삶을 받아들이고 빨리 적응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불 보듯 훤한, 순탄치 않은 여정의 시작. 그 시작을 위한 도장을 찍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내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차는 이미 주민센터 앞에 도착해 있었다.


오빠 다음에 오자.
지금 안 하고 싶어.
조금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


남편이 나에게 왜냐고 재차 물었고, 나는 같은 대답만 반복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 “혼인신고 안 하고 싶어.”라고 말했다.

남편의 말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를 설득하고 또 설득했었던 것 같다.


여튼 남편의 제안을 보류시켰고, 난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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