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꽁주의 유치원 방학 첫날이다. 맞벌이 가정이라 유치원 긴급 보육을 맞길 요량으로 출근이 나보다 늦은 남편에게 등원을 부탁했다.
"오빠 꽁주 아침밥 먹이고, 등원 좀 부탁해."
이 말을 들은 꽁주가 갑자기 울음이 터졌다.
"방학인데 왜 유치원을 가~~! 나 집에서 놀래~~~"
휴.. 급하게 친정어머니께 SOS를 요청한 후 남편에게 말했다.
"오빠, 엄마 오시기 전까지 꽁주 돌보다가 인수인계해주고 출근해줘. 혹시 특이사항 있으면 알려주고~"
아빠와의 놀이를 즐기는 꽁주이기에 안심하고 출근을 했다.
평소 같았으면 한 두 번 남편에게 전화를 했겠지만, 월요일이라 그랬는지... 어제는 유독 바빠서 전화할 틈이 나지 않았다.
11시 넘어서야 사무실을 빠져나올 수 있었고, 로비에서 남편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그런데 장난기 가득한 남편의 얼굴 뒤로.... 배경이 낯설었다. 그곳은 바로 남편 회사 식당이었다. 입에 밥을 가득 넣은 남편이 웃고 있는데 불길함이 느껴졌다.
"오빠 회사야? 엄마 오셨어?"
"크크크크크"
"뭔데? 유치원에 델따 줬어?"
"꽁주가 유치원 가기 싫고, 집에 있고 싶다고 해서 그냥 회사 왔다."
"오빠~~~~~~~~~~~~~~~~~~~!!!!!!!!!!!!!"
로비에서 얼마나 크게 소리를 꽥 질렀는지 모르겠다. 바로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엄마도 상황을 모르고 계신 것은 매한가지. 게다가 엄마는 2시간 이상 떨어진 지역에 계신 상황이었다.
7살 아들을 인터넷도 되지 않고, 전화기도 없는 집에 홀로 두고 1시간이나 비운, 내가 전화하지 않았으면 이 사실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니.... 부아가 치솟았다.
입안에 사람들 앞에서 내뱉지 못하는 험한 말들이 맴돌았다. 대표님께 상황을 설명드리고 회사를 나서 차를 몰았다.
머릿속에는 지난주, 지난달 각각 20분, 30분간 차에서 나를 기다리다가 내가 도착했을 때 콧물 눈물범벅되어 나를 맞았던 아이 모습이 계속 떠올랐다. 당시엔 내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을 알려줬고, 안전장치도 있었는데... 지금은 이미 예전보다 긴 1시간을 혼자서 기약 없이 보호자를 기다리는 상황.
마음이 급했다. 핸들을 쥐어뜯다가 내려치며, 아무도 없는 차 안에서 쌍욕을 했다.
"회사 밥이 그렇게 중요하니!!!!!!!!!!!!!!!!!!!!!!"
액셀을 밟아 댔더니 평소 30분 걸리는 거리를 15분으로 단축. 빨리 나오느라 열쇠도 사무실에 두고 온 바람에 대문 앞에 도착해서 문을 쾅쾅 치며 아들 이름을 불러댔다.
"꽁주~~~~~~~~~~~~~~~~!!! 문 열어 봐!!!!!!!! 꽁쭈야~~~~~~~~~~~~~~~~~~~~"
"왜~~~~~!!! 엄마 왔어?"
아들은 집이라서 그랬는지, 차 안에서 보였던 불안함은 보이지 않았다. 휴...
그러나 아이를 혼자 둘 수는 없었다. 점심을 해 먹이고, 밀린 빨래와 설거지를 하며 엄마를 기다렸다가 집을 나섰다.
다시 한번 안도... 휴....
사무실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남편에게 온 카톡을 확인했다.
내가 해준 이 음절은 "셧 업"
이후 남편은 밤늦게야 상황 파악이 되었는지(최근에 꽁주가 혼자 있다가 눈물 콧물 범벅되었던 일을 공유했던 것이 기억났나 보다.) 전화가 와서 아들의 안부를 물었다.
"꽁주 괜찮더나!"
"오빠, 아이에게 자유를 주는 건 좋지만.. 단계별로 하자. 제발. 블라블라 블라..."
이렇게 방학 첫날 있었던 소동은 별 탈 없이 해프닝으로 지나갔다.
우리에게 미안했는지, 본인이 하고 싶었는지... 어젯밤 꽁주는 나와 엄마에게 전신 마사지, 말 그대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어디서 본 건지 모르겠지만..ㅋ) 마사지를 해주었다. 손가락과 발가락을 검지와 중지에 끼워 털어주고, 두피 마사지에 모든 근육 마사지까지... ㅋㅋ
아이의 상황으로 심장이 쫄깃했다가
아이의 행동으로 긴장이 이완되어 한바탕 깔깔거림을 반복하며 올해 연말이 시간들이 채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