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개월 브런치 공백에 대한 변명
작년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10개월 간 조금 바빴습니다.
1. 14년을 다닌 회사를 그만둔 지 3개월 차에 비슷한 계열의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회사의 성격과 방향성은 유사하였으나 지원한 분야는 저의 경력과 다소 무관한 자리였는데, 경쟁자들을 제치고 선발이 된 것이 조금 의아했습니다. 입사 후 그 이유를 알게 되었죠. 전임자 및 몇몇 동료의 공석(여러 명의 일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여러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유연한 의사소통의 필요성(전문성에 앞서 상황 파악과 의사사통 능력이 더 요구되는), 그 외 기타 등등의 어려운 상황을 견딜 맷집 있는 사람이 필요했었다는 것을. 덩치가 맷집이라면 어딜 가서나 꿇리지 않겠으나, 그게 그거가 아니기에 허덕허덕하며 한 달 걸러 한 달씩 사직서를 적고 파쇄하기를 반복해가며 견뎌냈습니다.
2. 40 맞이 선물로 2월에 새 생명 잉태를 알게 되었습니다. 작년에 독서 프로젝트를 하며 임산부 멤버들을 몇 분 뵈며 '우와 대단하다' 생각했었습니다. 허나 제가 '진짜' 임신을 할 줄은.... 기쁘나 (키울 생각에) 벌써부터 긴장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감사와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업무를 쳐내느라 바쁘던 중 코로나 확진으로 일주일간 쉴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3. 4월 초순 캐나다 사시는 고모님께로부터 '가족이 다 같이 와서 1~2년 있다가 가는 게 어떻겠냐' 제안을 받았습니다. 2019년부터 아들이 초등학생이 되면 미국/캐나다 1~2달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생각하며 조금씩 돈을 모으고 있다가 코로나로 잠정 연기했더랬습니다. 그러던 중 고모님의 제안으로 남편과 깊이 논의를 했습니다. 1~2달 여행이 1~2년 생활로 바뀐 것과 예산이 많이 달라진 것은 있지만, 아직 10세가 되지 않은 아들과 우리 부부에게 좋은 기회가 되리라는 결론이 났습니다. 제안을 받은 지 3일 만에 긍정적인 답변을 드리고 캐나다 출국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회사에서는 동료들의 충원이 완료되었고, 상황이 많이 호전된 터라 여러 차례 협의 끝에 잠깐의 휴직을 배려해주셨고요. 일이 잘 추진이 되어 캐나다 출국일자도 앞당겨졌습니다. 그 덕에 2달이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일 마무리와 출국 서류 준비를 병행하느라 더더욱 타이트하게 시간을 사용해야 했던 것은 물론이고요.
마음은 글과 책에 둔 채 몸은 일과 회사에 매여 있던 생활이 몹시나 불편했습니다. 한동안 틈만 나면 도서관과 서점에 기웃거렸으나 그것도 잠시 어느새 틈만 나면 이불에 널브러져 있게 되더라고요. 일을 좀 줄이고 다시 글을 쓰고, 책을 읽게 되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7월 초 일주일의 시차 적응을 끝내고, 일상이 가능해졌지만... 책을 읽을지언정 글 쓰는 데는 주저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내용을 써야 할까', '그간의 내용과 다른 글이 올라오면 독자들이 이질감을 느끼진 않을까?', '다시 시작을 어떻게 하지?', '글감이 너무 사소하게 되지 않을까?', '일에 몰입하는 동안 내 글의 맛이 떨어진 것 아닐까?' 별별 생각들이 불안으로 이끌었습니다. 그 끝에... 일단 써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그간 브런치 공백에 대한 소식도 전하고, 다시 한번 시작해 보려고요. 아직 어떤 주제로 글을 엮어낼지 정하지 않았지만 제 관심사인 결혼, 가족, 여성, 일상, 육아 등이 그 줄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한국보다 16시간 늦은 이곳에서 종종 안부 전하겠습니다.
건강하고, 평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