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러블리모니카 Jul 27. 2022

미소로 내게 "perfect"라고 말해준 당신

- 그 덕에 오늘은 실컷 울어버렸네요.

"perfect"


캐네디언들의 대화에서 늘 등장하는 단어이다. '완벽해'라고 해석되는 그들의 응대는 그들의 질문이나 요청에 대한 내 반응이 완벽해서가 아니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나는 그들의 말을 30%도 알아듣지 못하고 뻘 대답을 할 때가 많으니 말이다.




3주 전에 예약한 클리닉(산부인과)에 갔다. 가운 대신 녹색 원피스를 입고 청진기를 목에 두른 채 활짝 웃으며 진료실에 들어온 의사가 말했다.

"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제가 약속시간보다 조금 늦었어요." 첫인사 때 의사의 말 외에 약 30분간 문진 하는 동안 나는 의사의 말을 드문드문 알아들었다. 친척동생의 통역이 없었다면 대답하는데 어려움이 컸을 테다. 친척동생이 중간중간 통역을 해주었기에 내가 본인의 말을 전체 다 알아듣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을 텐데... 미소 띤 얼굴의 의사는 내 눈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질문을 이어갔다. 질문에 이은 내 대답에는 "perfect"으로 응대해가며...


문진을 마치고 수납을 하려고 안내데스크로 나왔는데, 간호사에게도 수없는 'perfect'를 들었다. 수납하려고 가져온 체크카드가 말을 안 들어서 계속  에러가 났음에도 귀찮은 내색 하나 없이 말이다.

 

클리닉을 나오며 동행한 친척동생에게 말했다.

"여기는 'perfect'라는 말을 많이 해주는 것 같아. 한국에서는 '완벽해요'라는 말을  듣기 쉽지 않거든."




칭찬과 미소를 베풀 줄 아는 캐네디언들과 시간을 보 후 그간 내 행동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칭찬과 미소에 너무 인색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칭찬과 미소에도 편애와 정도를 구분하며 베풀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의 끝에 눈물이 맺혔다.


감성에 젖어 있는 내 앞에서 갑자기 투닥이는 언성이 높아진 아들과 남편.

"오빠, 애한테 그렇게 이야기하지 마~"

"꽁주,  아빠한테 예쁘게 말해야지~"

라고 말을 하다가...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리고 방문을 닫고 꺼이꺼이 울고 말았다.

남편의 숨죽임도, 아이의 위로도 내 눈물을 멈추게 하지 못했다.


모르겠다.

왜 그렇게 울었는지.

육아 스트레스, 외국생활의 불편함, 임신 말기의 불안함이 겹친 것인지..

perfect라고 해주는 캐네디언들의 칭찬과 다른 내 상태에 대한 괴리감에서였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는 감정과 눈물에도 누군가 미소로 "perfect"라고 해 줄 것 같아서 일까.

한참을 울고 나니 마음이 시원하고 편한 것 같다.


오늘 밤은 아들에게 미소로 'perfect'라고 말해주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그간의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