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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블리모니카 Nov 30. 2022

내가 만들어 낸 '실체 없는 두려움'

진짜 두려운 것은 '거짓 두려움'이 내 삶을 지배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

병원에서 혈액검사와 심전도 검사를 한 후 울적한 마음에 다운타운으로 차를 몰았다. 운전을 하는 내내 '대학 때 캐나다에 왔더라면 어땠을까.', '아니, 10년 전에 왔더라면' 생각을 했다. 대학 때는 교환 학생, 필드 트립, 워킹홀리데이 아니면 배낭여행이란 방법으로, 10년 전에는 그저 휴가만 쓰면 될 일이었는데 말이다.

그땐 사실 미국, 캐나다는 관심 밖의 나라였다. 두려움 , 바로 영어와 통장 잔고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영어공부에 에너지까지 들여가며 스트레스를 직면하고 싶지 않고, 즐거움에도 가성비 매겨야 된다며 굳이 큰돈/빚을 내면서까지 '비싼' 나라에 가고 싶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정작 내 영어실력의 민낯을 대할 자신이 없고, 벗어날 길 없는 빈궁함에 빚이 더해지는 것이 힘겨웠던 것이 진심이었지만.

캐나다에 온 지 만 4달 만에 내 젊은 날이 그리워지는 까닭은 내 두려움의 실체는 이곳에 없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내 영어 실력을 지적하지 않고, 물가는 예상했던 대로 비싸지만 일만 하면 생활에 어려움이 없는 이곳. 영어를 잘 못 알아듣는 외국인에게 되려 '미안해요, 내 말이 너무 빨랐던 것 같아요.'라는 매너 있는 캐내디언, 합법적인 VISA만 있다면 충분히 일하며 생계와 여유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이곳이었다.


운전을 하는 동안 '두려움'을 만들어 낸 스스로를 질책했다. 생각해 보면 '지레짐작'하여 섣불리 결정했던 일들이 제법 있었던 것 같다. '이만하면 됐다.' 혹은 '이 너머에도 별것 없겠지.' 등의 '나쁜' 설레발. 그렇게 생각하고 결정한 작고 소소한 숱한 생각의 결과물들이 내 삶을 만들어온 거라고 생각하니 속상함이 훅 올라왔다.

'실체 없는 두려움'에 속으면서 평생을 무언가를 두려워하며 살 수도 있음을 생각하니 불쾌했다. 그렇게 살다가 삶의 끝물에 깨달아 후회한들 저문 인생을 되돌릴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결국 진짜 두려운 것은 '거짓 두려움'이 내 삶을 지배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젊고, 새 날이 있음에 감사하며 다짐한다.


'거짓 두려움'을 경계하자.

 하고 싶은, 즐거운 일을 해보자.

 나  아닌 그 누구도 내 한계를 짓게 만들지 말자.

 스스로 한계를 결정짓지 말자.

 행복하게 지내자.'

결국 도착한 곳은 다운타운의 몰. 스벅 옆 팀 홀튼에서 라테 한잔 했다. 내 행복의 시작은 커피 한잔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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