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말씀하시는 분

캐나다 몬트리올 Saint Irenaeus Church

by 예모니카


나만의 성을 쌓고 또 쌓으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습니다.
그 위에 서서 왜 더 높게, 왜 더 넓게,
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나만의 성을 쌓지 못하게 하느냐고 따졌었지요.

한순간 무너지면 아무것도 아닌,
흙과 모래에 불과한 잔해들.
그 위에 먼지가 내려앉은 채 멍하니 앉아 있는 제 곁에
당신은 어느새 다가와 자리하셨습니다.

“뭐 좋은 곳이라고,
더럽고 지저분한 이곳에 뭐 하러 오셨느냐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으면서도
눈물은 주체 없이 흘러내렸습니다.
온몸의 힘이 다 빠져나갔습니다.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지만,
그 어떤 말보다 당신의 고요한 자리가
제게는 큰 사랑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침묵 속에서 당신을 만났습니다.
당신은 조용히 제 곁에 서서
아무 말 없이 등을 토닥이시고 손을 잡아주셨습니다.

부드러운 눈빛에 거칠었던 제 손이
행여나 못나게 살아온 지난날을 비출까 두려워
피하고 싶었지만,
이상하리만큼 그 순간
저는 당신께 모든 것을 기대었습니다.


숙소 근처에 있어서 우연히 찾았던 캐나다 몬트리올 성 이레네오 성당. 계획에 없었는데 처음으로 라틴미사를 드릴 수 있어서 특별했던 성당이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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