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무엇을 마련해 두었느냐

캐나다 토론토 St. Michael's Cathedral Basilica

by 예모니카


두 손을 들여다보니
짐이 한 줌이었다.

두 어깨를 만져보니
이미 한가득이었다.

온몸을 무겁게 끌고
여기까지 왔다.
정말, 무엇이 그리 필요했던 걸까.
쓰지도 않을 것들을
왜 이렇게 많이 챙겼을까.

순례지를 옮길 때마다
버려지는 것들이 있었다.
그만큼 마음은 비워지고
발걸음은 가벼워졌다.

그런데 정작 예수님 앞에 서니
두 손 꼭 쥐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예수님 만나려고 많은 것을 준비했다.
사다리, 장갑, 깨끗한 옷, 좋은 신발.
하지만 그분 앞에 선 순간
그 모든 준비가
아무 의미 없다는 걸 알았다.

십자가에서 내려오신 예수님은
내가 오르지 않아도
이미 나에게 다가오셨다.

좋은 옷도, 단정한 모습도
그분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분은 조용히 다가와
내 손을 잡으셨고
내 얼굴을 감싸 안으셨고
마침내 나를 꼭 안아주셨다.

그분께 필요한 건
내가 준비한 무언가가 아니라
그저 나, 단 하나뿐이었다.

나는 그동안
무엇을 마련하고 있었을까.

있는 그대로의 나.
그분의 사랑을 받아
살아온 하루하루의 나.
결국 그분 앞에 내어놓아야 할 것은
오직 이 모습뿐임을 깨닫는다.

순례지에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십자가 앞에 설 때마다
쓸데없는 것들이 떨어져 나가고
나는 조금 더 가벼워진다.

이토록 가벼울 수 있을까.
이렇게도 자유로울 수 있을까.



202501 캐나다 토론토 성 미카엘 대성당에서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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