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케이프성모성지와 퀘벡 겨울 순례
설국을 건너 도착한 곳은, 생각보다 더 고요했다.
차 문을 여는 순간, 눈밭의 적막이 먼저 다가왔다.
지도 위에서 몇 번이나 확대해 보던 케이프 성모성지.
막연하던 장소가 눈앞에 펼쳐지자
마음이 잠시 멈춘 듯했다.
추운 날씨 탓인지 순례자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마치 특별한 초대를 받은 사람처럼 조심스레 성당을 바라보았다.
입구 앞 전면에는 거대한 케이프의 성모님이 서 계셨다.
현대적인 바실리카 대성당은 웅장했지만, 그 앞에 서니 이상하게도 마음은 작아졌다.
성당을 따라 걸어 입구를 찾았다.
문을 열고 성수를 찍어 성호를 그은 뒤, 고개를 들어 중앙을 바라보았다.
둥글게 펼쳐진 길고 얇은 스테인드글라스가 공간을 감싸고 있었다.
제대 뒤에는 메탈 소재로 보이는 커다란 십자가가 서 있었다.
예수님이 안 계신 비어 있는 십자가 앞에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우리들의 마음에 모신 예수님을 떠올렸다.
무릎을 꿇었다.
두 손을 모았다.
“이곳에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은빛 촛대에 담긴 하얀 초들이 고요히 타오르고 있었다.
이곳을 찾은 순례자들의 감사와 간절함이 그 불빛 속에 스며 있는 듯했다.
한쪽에는 편지를 쓸 수 있는 종이와 연필이 놓여 있었다.
우리는 망설임 없이 종이를 들었다.
각자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적어 내려갔다.
그리고 초 하나에 불을 붙였다.
작은 불꽃이 우리의 기도를 대신해 흔들렸다.
제대 왼편을 따라 걷다 보니 소박하게 꾸며진 구유가 있었다.
알록달록한 빛이 작은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대성당을 나와 반대편의 오래된 소성당, 올드 성당으로 향했다.
겨울의 성지는 말 그대로 침묵이었다.
눈이 소복이 쌓인 성모상 앞에서 묵주를 들고 기도하는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발자국 소리조차 조용했다.
마침 소성당에서 미사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작은 시골 공소를 닮은 공간.
부드러운 노란빛이 실내를 감싸고 있었다.
제대는 소박했지만, 정중앙에 모셔진 케이프의 성모님 상은 유난히 우아했다.
아래로 펼쳐진 두 손에서 따뜻한 위로가 흐르는 듯했다.
반주 없이 이어진 성가 소리는 담백하고 순수했다.
낯선 땅에서 울려 퍼지는 그 목소리에 마음이 천천히 열렸다.
성당 창에 비친 촛불이 흔들렸다.
마치 우리의 기도를 알고 있다는 듯.
이 먼 곳까지 이끌어주신 하느님의 손길을 생각했다.
우연처럼 보였던 일정 속에 이미 준비된 사랑이 있었음을.
소성당을 나와 ‘묵주의 다리’를 천천히 걸었다.
눈이 뽀드득 소리를 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마음은 이상하리만치 따뜻했다.
“주님, 저희 믿음을 새롭게 하소서.”
짧은 기도였다.
그러나 그 안에서,
겨울이 아닌 은총이 스며들었다.
순례는 멀리 떠나는 여정이 아니라
잠들어 있던 마음이 깨어나는 시간이었다.
눈 덮인 케이프의 성모 성지에서
우리의 믿음은 다시, 조용히 숨 쉬기 시작했다.
케이프의 성모 성지는 1670년 프랑스 선교사들이 이 지역에 첫 예배당을 세우며 성지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그 후 작은 교회는 신자들의 기도와 헌신으로 성장했고,
기적 같은 사건들이 이어지며 성모님의 현존이 깊이 느껴지는 장소가 되었다.
웅장한 현대식 ‘바실리카(Basilica)’ 대성당
대성당에 모셔진 케이프의 성모상
우리나라 감곡성모성지나 갑곶성지 등 편지 써서 봉헌하는 성지들이 있지만, 개인적인 바램이라면 우리나라 성당이나 성지 어딜 가도 이렇게 편지를 쓰고 봉헌할 수 있는 기도의 공간이 늘 있었으면 좋겠다.
‘올드 성당(Old Shrine)’ 소성당
소성당에 모셔진 케이프의 성모상
케이프의 첫 번째 기적이야기 : 얼음다리의 기적
1879년, 새 성당을 짓기 위해 강 건너에서 돌을 옮겨야 했던 때, 강의 얼음이 모두 녹아 건너갈 수 없었다고 한다. 신자들은 밤낮으로 묵주기도를 바치며 성모님께 도움을 청했다. 그리고 믿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 강 위에 단단한 얼음다리가 생겨 자재를 무사히 옮길 수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눈물로 감사의 기도를 드렸고, 그 일을 ‘얼음다리의 기적’이라 불렀다.
케이프의 두 번째 기적이야기: 로사리오의 기적
9년 후, 1888년에는 또 다른 기적이 일어났다. 새 성당 봉헌을 앞둔 어느 저녁, 세 명의 남성이 성모상 앞에서 묵주기도를 드리던 중, 성모님의 동상이 눈을 뜨고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성당 안은 설명할 수 없는 평화로 가득 찼다고 전해진다. 이 사건은 ‘로사리오의 기적’으로 기록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케이프의 성모 성지 영상으로 함께 순례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