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케이프성모성지와 퀘벡 겨울 순례
몬트리올에 머무는 동안, 차로 두 시간 거리의 성모 성지를 찾아가기로 했다. 기차나 버스로 가고 싶었지만 적게는 두 번, 많게는 네 번까지 갈아타야 했다. 결국 차를 빌리기로 했다. 캐나다는 처음이었고, 매일 눈이 내리는 날씨에 걱정이 앞섰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 놓고 가지 않는다면 오래 마음에 남을 것 같았다.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유럽에서 렌터카 경험은 여러 번 있었지만, 혹시 몰라 다시 찾아보았다. 계약 시 주의할 점, 보험 조건, 추가 비용…. 무엇보다 걱정은 날씨였다. 눈 내리는 도로를 운전하는 일은 한국에서도 쉽지 않은데, 낯선 길에서 우리가 잘 해낼 수 있을까.
그래도 마음을 정했다. 여러 후기를 비교하며 우리에게 가장 맞는 회사와 차량을 골랐다.
출발 당일. 눈을 뜨자마자 커튼을 열었다.
아, 또 눈이다. 펄펄 내린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짐을 챙겼다.
여행 속 또 다른 여행.
1박 2일, 퀘벡으로 향한다.
몬트리올에서 케이프 성모 성지가 있는 트로아리비에르로 이동해 미사를 드리고 순례를 한 뒤, 퀘벡으로 넘어가 하루 묵고 돌아오는 일정이다.
숙소를 나서 택시를 타고 시내 렌터카 회사로 갔다.
앱으로 예약한 내역을 보여주자 직원은 주차장으로 안내했다. 차량의 스크래치 난 부분을 가리키며 무심하게 설명하더니 한마디 덧붙였다.
“완전자차라 괜찮아요.”
아, 그래서 이렇게 담담했구나.
긴장했던 마음이 무색할 만큼 간단하게 차를 인도받았다. 보통은 내가 운전할 거라 생각하지만, 주 운전자는 로사맘이다. 나는 보조 운전자. 엄마가 운전한다고 하면 다들 놀라지만, 우리는 이미 익숙하다.
오늘도 로사맘은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고 출발.
창밖 풍경은 그야말로 설국이다. 아름답지만, 그 위를 달려야 한다는 사실에 모두가 긴장했다. 게다가 눈은 점점 더 굵어졌다.
케이프 성모 성지까지는 약 한 시간 반.
언제나처럼 기도하며, 하느님의 손길에 모든 걸 맡기기로 했다.
트로아리비에르로 향하는 길. 끝없이 이어진 하얀 들판과 눈 덮인 숲길, 그 고요함 속에서 우리는 케이프의 성모님을 향해 묵묵히 달려갔다.
긴장 속에서도 마음 한편엔 이상하리만큼 평화가 있었다.
마치 성모님께서 그 길을 함께 걸어가고 계신 듯했다
다행히 성지에 가까워질수록 도로는 한산해졌다. 시내를 벗어나자 차가 줄어들고, 비로소 머릿속에서 그리던 캐나다 풍경이 펼쳐졌다. 집집마다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장식이 달린 주택들. 흰 눈 위에 고요히 서 있는 나무들.
그리고 멀리, 하늘빛을 닮은 성당 지붕이 보였다.
첫눈처럼,
가슴이 설렜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눈 속을 운전해서 케이프 성모 성지(Our Lady of the Cape Sanctuary)를 향했다. 로사맘에게 박수를!
성지 안내 표지판
푸른 하늘빛을 닮은 성당
케이프 성모 성지(Our Lady of the Cape Sanctuary)는 북미에서 가장 오래된 마리아 순례지 중 하나로, 수백 년 동안 수많은 이들이 성모님께 기도하며
평화와 위로를 얻었던 신앙의 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