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몬트리올
몬트리올에서의 첫날, 12월 25일 크리스마스다.
쌀이 없어서 한국에서 가져온 비상식량인 누룽지를 끓여 간단하게 아침을 챙겨 먹었다. 몸이 천근만근이라 다들 힘들어 난리인데, 하필 내일까지 공휴일이라 문 연 곳이 하나도 없었다. 먹을 게 너무 없어서 이러다 매일 라면만 먹게 생겼다.
그나마 숙소에 있던 큐리그 커피머신 덕분에 동생이랑 깨끗하게 세척한 후 캡슐 커피를 내려 쿠키와 함께 먹으며 부족한 배를 채웠다.
대충 뒷정리를 마치고 빨래까지 하고 나니 벌써 오후 3시.
서둘러 옷을 두둑하게 챙겨 입고 목도리에 모자까지 중무장한 뒤 숙소를 나섰다.
이번 성지순례의 중심이자 엄마의 오랜 소원이었던 곳!
바로 성요셉성당(St. Joseph’s Oratory). 드디어 그곳을 간다.
다들 들뜬 마음으로 택시를 기다렸다.
세상에, 성요셉성당을 가다니! 그것도 크리스마스 성탄 미사를 드리러!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설렘을 안고 택시에 올랐다.
집집마다 소복하게 쌓인 하얀 눈 위로 황금빛 조명이 비치고, 예쁜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반짝였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몬트리올의 풍경이 마치 영화 같았다.
성요셉성당은 높은 언덕에 자리하고 있었다. 엄마가 다리가 아프셔서 그냥 걸어 올라가기에도 힘든데, 눈까지 많이 쌓여 무리였다. 택시 기사님께 최대한 가까운 곳까지 부탁드렸지만, “더는 못 간다, 나는 여기를 잘 모른다”라며 입구에서 우리를 내려주었다.
사실 이곳까지 오는 동안에도 마음이 불편했다. 운전 중 통화를 하질 않나, 차를 거칠게 몰지 않나, 이상하게 불쾌한 냄새까지. 그래도 참을 수 있었는데, 결국 성당 초입에 우리를 내려두고 그냥 가버린 게 속상했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휴대폰에 ‘팁을 주시겠습니까?’ 창이 떴고, 나는 눌렀다. 팁 = 0.
몬트리올 첫날부터 좋지 않은 기억으로 시작될까 걱정했지만, 고개를 들어 눈앞에 펼쳐진 성요셉성당의 장엄한 모습을 보는 순간—기분 나빴던 모든 순간이 눈 녹듯 사라졌다.
와……
연이은 감탄사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성당을 향해, 쌓인 눈을 한 걸음씩 밟으며 걸어갔다. ‘뽀드득’ 소리, 참 오랜만이다.
성당 입구까지 도착해 문을 여는데, 세상에 에스컬레이터가 있었다. 성당 안에 이런 시설이라니!
몇 번을 갈아타듯 이동해 바실리카에 도착했는데, 뭔가 분위기가 달랐다. 곧 미사가 시작될 분위기가 아니었다.
아…… 내가 알아본 미사 시간은 바실리카가 아니라 ‘크립트(Crypt)’였다. 급하게 길을 찾으며 내려갔는데, 성당이 워낙 커서 길이 복잡했다.
그래도 헤매는 동안 곳곳에 모신 요셉 성인상, 촛불 봉헌대, 치유받은 이들이 두고 간 목발들까지 빠르게나마 둘러볼 수 있었다.
크립트에 도착해 맨 앞자리에 앉아 미사를 드린 후, 제대 옆 십자가 앞에서 사진도 찍었다. 요셉 성인 신심을 널리 전한 성 안드레아 베세트(Andrew Bessette) 성인상 앞에서 기도를 드렸고, 엄마는 편지를 써서 봉헌했다.
‘성 요셉 성인이시여, 오늘 아기 예수님의 아버지가 되신 것처럼 여기 처음 온 저희들에게도 아버지가 되어 주소서.’
기도를 마치고 성당을 나서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너무 감사하고 꿈만 같은 하루였다.
세상에나, 크리스마스에 우리가 캐나다에 있다니!
그것도 성요셉성당에!
아니, 성탄 미사를 캐나다에서? 그것도 성요셉성당에서?
와우.
이 감동과 감사를 어떻게 말해야 할까.
그저 감탄할 수밖에!
캐나다 몬트리올 근교의 조그마한 마을에서 태어난 성 안드레아 베세트(Andreas Bessette)는 청년이 될 때까지 뉴잉글랜드(New England)의 이곳저곳 농장에서 일을 하다가 몬트리올로 가서 1870년 성 십자가 수도회에 입회하였다. 그는 67년을 평수사로서 참으로 놀라운 삶을 살았다. 그는 수도원의 문지기, 정원사 그리고 그를 만나러 몬트리올까지 오는 순례자 접견 등으로 수도 생활을 마쳤다.
어릴 때부터 요셉(Josephus) 성인께 대한 신심이 두터웠던 그는 성 요셉 신심 보급에 진력하였고, 몬트리올에 성 요셉 오라토리움(Oratorium)을 세웠다. 그가 운명할 즈음에 이 성당은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유명한 성당으로 손꼽혔다. 또한 그곳에서 수많은 치유 기적을 일으켜 '몬트리올의 기적의 사람'으로 불렸다. 그는 1982년 5월 23일 교황 성 요한 바오로 2세(Joannes Paulus II)에 의해 시복 되었고, 2010년 10월 17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Benedictus XVI)에 의해 성인품에 올랐다.
(출처. 가톨릭 굿뉴스)
성 요셉 성당 크립트 제대에 모셔진 성 요셉
(크립트는 성당이나 교회의 지하 석조 방으로, 보통 예배당이나 납골당으로 이용된다.)
성 요셉 성당에서 내려다본 몬트리올 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