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

캐나다 케이프의 성모성지

by 예모니카


바라보는 꽃송이 하나에도

마음이 울리고

스치는 바람 한 자락에도

눈물을 훔치는

먹먹해지는 가슴

기대어 쏟아낼 곳 찾아봐도 없지만

서 있기엔

후들거리는 두 다리마저 믿을 수 없지만

온몸이 감성에 젖어버려

무지근해지는 지금이 또 언제 올까 싶다


한 곳을 오래도록 바라본 적이 있나

모든 것이 정지해 버린 듯 멈춰진 시간 앞에

마주한 적이 있나

삼시세끼 꼬박 굶어도 전혀 요동치지 않는 배를 의식조차 하지 못한 채

무언가 깊이 잠겨 있는 적이 있나


세상의 흐름은 내가 붙잡지 못할 만큼

언제나 그대로 흘러가는데

구태여 모든 일에

내 인생줄 걸지 말고

길을 걸어라 바라보아라

깊이 잠겨라

네 지식과 마주하라

삶은 순례자의 몫이다

축복받는 삶의 주인은 순례자이다.



2025 01 캐나다 케이프의 성모 성지
Our Lady of the Cape Sanctuary
Sanctuaire Notre Dame du C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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