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순간만을
세상의 전부라 믿지 않기를
한 걸음 걷기보다
성큼 뛰어 내달리기를 좋아하는
풋내 나는 햇과일처럼
튼실한 나무 기둥,
쭉 뻗은 가지 끝에서 영근
기막힌 청량한 순간
말끔히 잘려나간 꼭지, 푸른 잎사귀
그 위에서 바라본 하늘과
시원하다 믿었던 바람만을
세상의 전부라 믿지 않기를
밟히고, 곤죽이 되고,
무르게 썩어 땅에 묻히는 것들을
기억해주기를
작은 빛이 빛난다고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건
그것이 빛이기 때문이 아니라
퇴비 속에서
묵묵히 자라난 새싹이기 때문임을
달리기보다
주어진 한 걸음,
정성껏 내딛는 일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일 때도 있기에
그 모습도, 노력도
초라하고 느려
열매조차 상상할 수 없는 시간조차
세상의 일부라 말할 수 있기에
빛은, 빛이기에 빛이라
묵묵히
그때를 기다리라 한다
빠르게 달려야만 살아남는 세상 속에서,
천천히 자라는 것들의 의미를 돌아보다
푸른 잎 그 너머,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 영글어가는 것들을 응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