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넌큘러스
귀여운 라넌큘러스.
몽글몽글 피어나서 바사삭 변하다가 후드득 사라지는 꽃.
떠나가는 그 순간 예상할 수 없도록 같은 모습으로 내내 웃고 있던 꽃.
내가 미쳐 보지 못하던 곳, 내가 보고 있던 바로 그 아래였을 뿐인데. 꽃받침 아래가 말라가고 있는 줄도 몰랐다. 라넌큘러스의 날이 다해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매일 아침마다 물을 갈아 줄 때면 물에 담겼던 줄기들이 그만큼 흐물흐물 녹아있었지만 그때마다 줄기를 잘라내면 괜찮을 줄 알았다. 그렇게 라넌큘러스의 생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줄기의 힘이 약해지고 꽃잎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하면 그때가 가까워 온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때가 언제인지는 역시 그 누구도 알 수가 없다. 더 이상 곁에 두지 못하고 보낼 수밖에 없는 때가 모두 다르다.
‘아직은...’이라고 생각했을 때 집어 든 꽃잎이 훅 통째로 흘러내리는 날엔 세상 어딘가 구멍이 뚫린 것 같았다. 반대로 아주 오래오래 믿기지 않을 만큼 오래오래 피어있는 꽃을 볼 때도 있었는데 마치 자신만은 영영 떠나지 않을 거라고 믿어달라 말하는 것 같았다. 한 번도 라넌큘러스의 죽음을 보지 못한 것처럼 종종 나는 그 말을 믿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글동글 라넌큘러스는 봄에 피는 식물이지만 12월 즈음부터 꽃시장에 나오기 시작한다. 한 겨울 내내 봄이 곧 올 거라고 말해주려고 말이다.
라넌큘러스의 겹겹이 쌓인 꽃잎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 본 적 있는가?
코와 입 그리고 보조개가 있다 치고 그 언저리. 그곳에 꽃잎을 대어보라.
향기와 감촉이 당신의 예민한 감각을 깨워줄 것이다. 사과향 같은 풋풋함이 촉촉하고 부드러워서 미소 짓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것이 라넌큘러스의 사랑이다.
당신을 위한 사랑.
이제 당신은 게으른 고양이가 될 것이다.
야옹.
햇살이 드리운 창가에서 꽃향기만 맡고 싶어 질 것이다.
그때를 기억하고 매일 찾게 될 것이다.
라넌큘러스의 사랑을 피할 수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