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과 그림책 작가 탐구하기
저희 학교는 학군지에 위치하고 있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일단 한글은 거의 익힌 상태로 입학합니다. 암호같은 글자의 소리를 매칭해서 찾는 ‘해독’은 잘 하죠. 그런데 글을 읽고 뜻을 이해하는 ‘독해’는 어떨까요?
1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처음 학교 도서관에 갔을 때, 그림책을 읽는 친구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흔한 남매같은 만화책이나 오싹한 공포 이야기를 읽더라고요. 오히려 나름 긴 글밥인 전천당을 고르는 학생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것도 금방 후루룩 넘기고 금방 꽂아놓더라고요.
아이들에게 책의 개념과 다양한 그림책의 재미를 알게 해주고 싶어서 1학기에 100권의 그림책을 읽었습니다.그렇게 읽으면서 아이들은 그림책 표지를 보고 작가나 출판사 정보를 찾고, 앞으로의 내용을 추측하기도 해요. 좋아하는 작가나 시리즈 그림책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목욕탕 이야기를 하다보면, 장수탕 선녀님, 판다 목욕탕, 문어 목욕탕 등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등 우리반 공통의 그림책 자산이 많이 만들어졌지요.
2학기에는 좀 더 깊이 있는 그림책 수업을 하고 싶어, 일주일에 한 작가씩 깊이 있게 탐구하고 있습니다. 그림책을 읽으며 발견한 점을 모둠별로 이야기하고, 전체 앞에서 발표하며 공유하지요.
‘1학년 데리고 교사 중심 그림책 수업이 아닌, 스스로 발견하고 발표하는 수업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늘 그렇듯 아이들의 잠재력은 제 생각을 뛰어 넘어요.
“이지은 작가님은 만화같은 스타일의 그림책을 많이 만드는 것 같아요.”
“윤정주 작가님 꽁꽁꽁 시리즈는 냉장고 친구들이 사람처럼 표현돼요.”
“꽁꽁꽁 시리즈는 꼭 냉장고 문이 열리고 등장인물들이 꽁꽁꽁 멈추는 부분이 꼭 들어가 있어요.”
“백희나 작가님 나는 개다는 알사탕의 이전 이야기 같아요. 그리고 동동이와 구슬이는 모두 엄마랑 같이 살지 않아요.”
방향만 잘 잡아주면 아이들은 상호텍스트성을 발견하고, 그림이나 작가의 말로 숨은 속뜻을 추측하기도 합니다. 제가 공부를 더 많이해서 아이들이 탐구할만한 그림책을 잘 제시하고, 힌트를 적시에 풀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이렇게 수업을 한 지, 벌써 4주차입니다. 이번에는 유설화 작가님 책을 하기로 했는데, 한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존 버닝햄 작가님 책도 하면 안돼요?”
아이들과 100권의 그림책을 읽으며 나눈 이야기들, 질문 목록은 <문해력 그림책 100>에 실려 있습니다. 2학기의 이야기는 논문으로 담아 보려고요.
이렇게 저의 논문 2차 실행연구 중입니다.
아이들이랑 잘 수업해서 논문으로도 잘 담아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