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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charlie Jul 18. 2019

혐오의 시대를 그린 한 편의 우화

<개들의 섬>

파스텔톤 색감과 좌우대칭 화면, 수직 구도 등 웨스 앤더슨의 초기작부터 익히 봐온 특징은 이젠 그를 표현하는 수식어가 되었다. 그에 대해 사람들이 간과하는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모험’이다. 모험을 빼고 그의 영화를 논할 수 없다. 네 번째 장편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을 시작으로 <다즐링 주식회사>, <판타스틱 Mr.폭스>, <그랜드 부다패스트 호텔>, <개들의 섬>까지 연속해서 그리고 있다. 그가 모험을 활용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모험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려 할까?

섬에 버려진 개들

     <개들의 섬>은 그의 두 번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일본의 메가 사키市라는 가상의 공간에 인류를 위협하는 개 독감이 퍼진다. 고양이를 신봉하는 고바야시 시장은 모든 개를 쓰레기 섬으로 추방하고, 아예 말살시킬 계획을 세운다. 그의 조카인 아타리는 자신의 경호견인 스파츠를 찾기 위해 섬으로 떠나고, 사라진 개를 찾기 위한, 개의 몰살을 막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개들의 섬>은 인간의 사회뿐 아니라 동물의 사회를 의인화한 한 편의 우화와 같다. 우화는 인간 이외의 동물에 인간의 생활감정을 부여하여 사람과 꼭 같이 행동하게 함으로써 그들이 빚는 유머 속에 메시지를 담는다. 의도하는 메시지는 이야기를 빌려 인간의 악행과 우매함을 풍자하고 옳고 바른 방향의 길을 제시한다. 주인공이 일상 친근한 한 마리의 개이며 개들이 연출하는 기지와 유머에 도덕적인 딱딱한 맛은 가셔지고 관객을 흥미 속으로 끌고 간다. 현실이 아닌 모험이라는 이야기 공간은 관객의 감정을 극대화한다.

소년의 등장

     웨스 앤더슨이 모험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은 갈등과 차별이 자리한 현실 속 혐오의 시대를 헤쳐가는 위험이다. 유럽은 오래된 난민 문제가 격양되어 종교와 인종에 대한 혐오와 차별로 번지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 사이 장벽 설치는 이민자와의 갈등과 차별을 낳고 있다. 차별이 만연 해지며 각종 혐오의 정서가 자리하게 되었다. 제주도에 예멘 난민 신청자가 대거 입국하면서 우리나라도 난민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남의 나라 일로만 생각했던 난민 문제 앞에 우리는 어떠한가. 출처가 불분명한 소문이 언론을 통해 재생산되면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공포심이 조성되기도 한다. 영화 속 고바야시 시장이 만든 유언비어와 음모를 무비판으로 수용하던 메가사키 시민의 모습이 보인다.

다른 문화, 다른 언어, 다른 인종의 트레이시

     미국인 웨스 앤더슨이 일본을 배경으로 일본문화를 통해 이야기를 그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른 문화권에 대한 이해와 교류를 통해 균형을 도모하고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과거 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 <요짐보>가 마카로니 웨스턴으로 이식된 사실은 유명하다. 영화 영역에서 서양문화와 동양문화의 이해와 교류는 낯선 일이 아니다. 실제 그는 구로사와 아키라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팬임을 밝혔고 영화 속엔 그에 대한 헌사가 담겨 있다. 일본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와 많은 공부를 짐작하게 하는 디테일한 표현과 연출은 그 자체로 본 영화의 주제이고 메시지이다. 영화에서 사용하는 대부분 문자와 언어는 일본어지만 상황 묘 사과 통역 설정을 통해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없다. 캐릭터 설정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의 주인공인 치프와 스파츠는 믹스견이다. 순수혈통의 고급 견종이 아니지만, 누구보다 주인을 사랑하고 충성한다. 아타리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이는 미국인 교환학생인 트레이시이다. 영화 속 개들은 차별받지만, 고양이에 대한 적대심을 품거나 또 다른 혐오를 생산하지 않는다.

     웨스 앤더슨의 모험 영화처럼 우리의 삶도 한 편의 모험 영화와 같다. 다만, 우리 자신이 감독이 되고, 주인공이 되고, 관객이 될 뿐이다.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이야기에 굳이 갈등과 혐오의 이야기를 주요 소재로 쓸 필요가 있을까. 이해와 사랑이라는 멋진 소재가 있음에도 말이다. 아카리는 메가사키 시민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생명의 주기는 항상 미묘한 균형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입니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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