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nochrome blues Mar 13. 2022

[오늘의 책일기] 자본주의

돈은 왜 날 고통스럽게 만드는가.

   사람들은 말합니다.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라고. 넓게 봐야 세상을 바라볼 수 있으니깐요. 저 역시 그렇게 말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세상 이치가 다 그러하다며 똑똑한 척은 다 하는 편이죠. 근데 유독 돈에 대해서만큼은 아니었습니다. 물러 터졌죠. 이상하리만치 주머니로 들어오고 나가는 돈에 국한되어 시야가 좁습니다. 쉽게 생각했어요. 부자가 되려면 들어오는 돈을 불리고 나가는 돈을 틀어막으면 되겠다고 말이죠. 지금은 비록 적당히 과소비하며 살더라도 정신만 차리고 똑바로 살면 되겠지 막연한 희망을 품으며 살아왔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벌고 쓰기에만 바빴던 삶. 그러다 결국 2022년이 되었습니다. 몇 년 새 부동산이 급등하는 모양만 쳐다보다 벼락 거지로 등극했습니다.  


   속은 쓰리지만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야 되지 않겠어요? 흐름이란 걸 볼 줄 알아야 다음 회차부턴 끼어들 수 있을 테니 말이죠. 금값이 폭등했고, 비트코인에 열광하다 부동산이 각광받는 시기를 거쳐왔습니다. 그때마다 돈 벌 기회를 놓쳤다며 자책했죠. 이젠 늦었으니 어쩔 수 없다, 오늘을 즐기자 싶었는데. 결국 기회는 어떤 식으로든 다시 찾아오더군요. 그때마다 준비된 사람들만이 투기가 아닌 투자로써 접근하고 부를 축적해 가는 걸 보았습니다.  


   당장 돈 벌 수 있는 투자처를 혈안 하기보단 전체 흐름부터 차근차근 다가가야겠단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흐름을 알아야 남들보다 빨리 알 테니깐요. 여태껏 후발 주자로 살아온 생애. 아니, 늘 알긴 알았지만 확신이 없고 기회인지 몰라 흘려보냈던 과거. 뒤늦게 그게 기회인 줄 알았을 땐 이미 전 국민이 다 깨달았을 때였습니다. 그래도 욕심은 나서 과자 부스러기라도 주워 먹으려다 밟히는 개미 신세를 면치 못했죠.  


   제가 바보도 아니고 언제까지 똑같은 실수만 반복할 순 없지 않겠어요? 그래서 좀 알아봐야겠습니다. 대체 돈이란 놈이 무엇인지에서부터 말이죠.  


자본주의(이미지 출처: 예스24 웹페이지)


   EBS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출간한 ‘자본주의’는 ‘돈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종이 쪼가리에 불과한 화폐가 돈으로 불릴 수 있기 위해선 '자본주의=빚' 이란 공식부터 이해해야 한다 말하죠. 우리가 오해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물가’입니다. 우리는 보통 교과서에서 본 수요와 공급 곡선을 떠올리며, 물가에도 상승과 하강곡선이 있다 믿습니다. 하지만 실제론 지독한 우상향 곡선밖에 그릴 수 없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돈의 절대적인 양은 언제나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책에서는 그 이유가 실제 세상에 존재하는 돈보다 매번 많은 거래가 벌어지는 것이 자본주의 구조여서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하죠.  


교과서에서 보아왔던 수요와 공급 곡선 (이미지 출처: 구글)


   당장 은행만 하더라도 실제 예금액의 10% 정도만 은행에 비축되어 있습니다. 나머지 90%는 대출로 밖에 나가 빚이란 이름으로 불리죠. 물밖로 나온 복어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모양새처럼. 돈은 빚이 되어 더 크게 불어나고, 국가 또는 중앙은행에서는 혹여 발생할 수 있는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빚에 대응할 돈을 찍어냅니다. 은행이 하나일 땐 단순 계산으론 실제 자본의 두배 정도 커질 겁니다만 시중 은행은 한두 개가 아니깐요. 모든 은행이 한계치까지 대출로 돈을 풀었다면 10배, 100배 되는 빚의 규모로 시장이 형성됩니다. 그게 현실이라고 말합니다.  


   돈을 찍어내었든, 보이지 않는 가상의 빚으로 규모가 부풀려졌든, 통화량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 단위로 아무리 물가 안정 대책을 내세운다 한들 결국 인플레이션은 발생하고 같은 금액으로 소비할 수 있는 물질의 양은 점차 줄어듭니다. 그 시스템에 맞추어 내 자산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단순한 예금으론 무리죠. 돈의 가치는 점차 줄어드니 거기에 맞춰 자산 역시 불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달으면 짐바브웨의 경우처럼 휴지 하나 사는데 돈을 다발로 내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죠.  하지만 인플레이션 끝엔 반드시 디플레이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복어나 풍선이나 부풀어오르덴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빚으로 세운 바벨탑은 결국 무너지기 마련이죠. 인플레이션보다 더 큰 불황이 기다리고 있답니다. 그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는 일. 자본주의 숙명이란 그런 거랍니다.  


   금융 자본은 오로지 본인들의 욕망에 따라 움직입니다. 국가가 개입할 여지가 생각보다 작다고 합니다. 당장 달러를 찍어내는 FRB조차 민간 자본입니다. 이들이 금리를 떨어트리면 빚을 내 투자하려는 이들의 욕망이 결집되고, 쉽게 투자하려는 열망 속에서 은행은 돈을 불립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도 이와 마찬가지였으며, 다른 예지만 코로나로 인한 서민 경제를 위한 금리 인하 역시 부동산 폭등을 야기했죠. 집을 가지지 못한 이는 벼락 거지로, 금리 인상 전 막차를 탄 사람들은 이 악물고 버텨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서민은 이러한 격류에 휩쓸리며 기우뚱거리는 생애를 살아내는 겁니다.  


   자본주의에서 돈은 곧 빚이므로 반드시 나무가 아닌 숲을 보아야 하며, 기축통화로 달러를 사용하는 이상 미국 사회의 흐름과 이에 따른 국내 금융 정책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일반인이 돈을 모으기 위한 수단으로 재테크를 떠올립니다. 열심히 일해 저축만 해도 축적이 되었던 아버지 세대와 지금은 다르죠. 예금 이자율은 바닥을 찍으며 은행은 펀드와 보험을 권합니다. 돈을 투자해서 수익을 벌라는 말인데 은행을 너무 믿어선 안된다고 합니다. 재테크가 나쁘다는 말은 아닙니다. 은행은 우리 돈을 지켜주는 선하고 정직한 집단이 아니란 말입니다. 자선 단체가 아니라 이익 추구 집단이기 때문이죠.  


   남의 말을 무조건 믿고 따를 만큼 세상은 달콤하지 않습니다. 은행도 마찬가지죠. 그들이 보장해준단 모든 것들을 믿지 말고 본인 스스로 알아가야 한다고 책에서는 말합니다. 세상에 그냥 떨어지는 달콤한 과실은 없으니깐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수익률이 높아질수록 그 이유를 알아야 합니다. 펀드에 투자하고자 하면 과거의 수익률에 현혹되어선 안됩니다. 과거의 영광이 나에게 까지 뻗치리란 보장은 없기 때문이죠. 최소한 펀드 이름에서 제공하는 정보만큼이라도 반드시 이해해야 하며 분산투자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우리는 금융 이해력을 길러야 살아남습니다. 저축, 투자, 소비, 기부하는 법을 알아야만 합니다. 저축만 해선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에 대비할 수 없기 때문이죠. 모든 메커니즘이 유기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공부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에서는 저축이나 투자만큼 중요한 부분이 소비라고 서술합니다.  


   우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비를 강요당합니다. 쇼핑은 무의식이며, 사고 싶다는 욕망이 발생한 이후 의식적으로 합리화하는 과정이 발생하죠. 이를 다양한 마케팅 기법이 극대화시켜 지갑을 열게 만들죠. 카드 역시 그 편함에 현혹되서는 안 된답니다. 카드는 결제를 위해 줬다가 다시 받으므로 그만큼 뇌에서 보상 작용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현금은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니 고통스러워한다고 하네요. 결국 인간은 이성적이기만 하지 않아서 고통이 차단될수록 소비가 자극되며, 슬픔과 결핍에 마음이 약해집니다. 소비란 감정적인 사고란 점을 인지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개인은 악순환에 반복적으로 노출됩니다. 누군가는 빚을 지고 파산하며, 이를 이용해 다른 자본은 수익을 거둔다. 책에서는 국가 정책이나 철학을 이야기 하나 결국 바로 서야 하는 쪽은 개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의 가치를 잊지 말고 금융 지식을 쌓아야 합니다. 열심히 일만 해선 결국 다른 이의 지갑을 불려줄 뿐이죠. 귀찮고 고통스러울지라도 본인 인생은 스스로 책임져야 합니다. 돈에서 쉬운 길을 없습니다. 고통스럽고 귀찮을지라도 정신을 차려야 하죠.  


   지금까지 왔던 기회들은 기회인지도 모르고 스쳐지나 왔습니다. 벼락 거지든 뭐든 그건 이제 어쩔 수 없습니다. 운이든 실력이든 부와 가까워진 이는 그 자체로 인정하고 어서 빨리 나의 길을 찾아야만 합니다. 시장에서 노동자로써의 가치가 생기기 위해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이제는 고혈만 빨리다 살다 가지 않도록, 불안해하지 않고 충분히 즐길 만큼 돈을 벌 수 있도록. 그렇게 나아가야만 합니다. 이젠 더 이상 아무도 내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으니깐요.   





매거진의 이전글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