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조금 더 좋아하는 커피 이야기
나는 호불호가 매우 불분명한 사람이다. 무엇을 좋고 싫어함에 있어 명확한 구분이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대부분의 무언가를 적당히 좋아해 보려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 딱히 무언가를 싫어할만한 명확한 이유가 생기지 않는 이상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이상한 삶의 자세를 가지고 있어서다. 어쩌면 약간은 무엇이든 상관없다는 태도의 발로일 수도 있고.
대신 그렇다고 해서 삶의 모든 것을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또 아니다. 좋아한다는 의미에 있어서 ‘매우’ 좋아하는 것과 ‘그럭저럭’ 좋아하는 것 사이에는 큰 허들이 존재한다. 몇 년 이상 취미처럼 꾸준히 해오는 일이라고 해서 매우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일 년에 한두 번 할까 말까 하다고 해서 그럭저럭인 일도 아니다. ‘좋아한다’라는 정의에서 ‘매우 좋아하는 것’을 보통 ‘취미’라고 부르곤 하는데, 이 취미라고 부를만한 일들을 나열해보면 두 가지 정도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겠다.
1. 정말 너무너무 좋아하는 일: 여행, 맛집 탐방
2. 정말 잘하고 싶은 일: 글쓰기, 사진
보통은 이 두 부류의 ‘취미’를 한 번에 두 가지 이상 같이 하는 것을 좋아한다. 예를 들면 사진을 찍으러 간 김에 근처에서 들를 맛집을 정해놓고 간다거나, 사진을 찍고 글을 쓴다거나 혹은 여행을 떠나 꼭 가야 할 맛집 리스트를 정해놓고 열심히 사진을 찍다 돌아와서 여행기를 작성하는 방식이다.
사실 어느 한쪽에 속해 있다고 해서 정확히 둘 중 한 부류에만 속한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어느 한쪽의 의미가 더 우세할 뿐이다. 단, 아직 밝히지 않은 마지막 ‘취미’만큼은 정확히 반반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중독될 만큼 좋아하면서도 누구보다 잘 해내고 싶다. 이렇게나 욕심부리는 마지막 취미는 바로 ‘커피’다. 커피는 커피 자체를 너무 사랑할뿐더러, 20g 원두의 향과 맛을 가장 사랑스러운 형태의 한 잔으로 표현해내고 싶다. 아마 우리나라 기후에서 커피나무가 재배되었다면 분명 방 한 구석에는 여러 종의 커피나무가 자라고 있을 것이다. 그랬다면 잘하고 싶은 취미 중에 ‘농사’라던가 ‘분재’ 같은 일이 추가되었을 것이고. 커피에서 만큼은 완벽한 소비자이자 생산자이고 싶다는 말이다.
여행지를 선정하거나, 여행지를 고른 뒤 가야 할 곳을 리스트업 할 때도 가장 일 순위는 커피다. 커피의 성지 같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하고, 유명한 카페가 맛집보다 우선하여 구글 지도에 별처럼 쌓인다. 평소에는 생존을 위해 카페인을 섭취하지만 맛있는 커피는 삶의 이유가 된다. 그렇다고 세상의 모든 카페를 다 가보는 것이 목적이라거나, 온갖 커피 도구를 손에 쥐고 있는 정도는 아니다.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이 마시고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삶의 우선순위에 리스트업 해볼 수 있을 정도이다.
앞서 말한 ‘취미’의 소비 패턴에서 커피는 보통 ‘여행’과 함께였다. 이번에는 ‘커피’와 ‘글쓰기’를 함께 해보고자 한다. 시그니쳐 메뉴처럼 특별하진 않더라도 주인장의 취향이 반영되는 ‘오늘의 커피’처럼. 여태까지 해온 ‘넓고 얕은 커피 덕질’을 본인의 취향대로 적어보려고 한다. 커피의 기원이나 종류, 원두나 카페 리뷰 등등. 약간은 두서없이 내가 아는 선에서, 일상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커피 한 잔을 소비하고 생산하는 글쓰기를 시작해보자.
- 집에서 내린 ‘알레그리아 패치워크 vol.1’ 원두와 함께, 칼리타 핸드 드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