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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chrome blues Jan 12. 2016

홍콩 표현기 _#1.

막이 오르다.

  12월의 포근한 들숨. 서울보다 따뜻하다는 정보는 사전에 입수했다. 짐을 줄일 요량으로 벌벌 떨며 홑겹 외투로 집을 나섰다. 홍콩에 도착해서는 외투마저 벗었지만. 딱 그 정도의 간격. 사방이 바다니 바람은 많았으나 그 숨이 차갑지 않았다. 걷기에 완벽한 날씨나 삼일 내내 흐리다 하루는 비가 내리기로 한 심술궂은 약속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홍콩은 서울보다 딱 한 시간 뒤에 하루를 시작한다. 그 덕에 열 시에 출발한 비행기는 세 시간 반을 날고도 열두 시를 좀 지나 홍콩 땅을 밟았다. 뜻하지 않은 12월의 여행에 연말 정산까지 받은 기분. 서울에 가면 관세로  정산받았던 만큼 다시 내놓아야 하지만 기꺼이 줄 수 있는 값이다. 세상에 기분 좋은 세금이 이것 말고 또 있을까? 

도심으로 들어가는 열차 안.

  홍콩을 다녀온 선배들은 공항에서 도심까지 가는 데 버스를 추천한다. 버스로 한 시간 정도지만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처음 딛는 홍콩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는 이유는 덤이다. 공항철도는 여행 시간을 사십 분을 앞당기지만 비싸단다. 이번은 돈보다 시간이 귀한 여행이라 후자를 택했다. 경춘선이 연상되는 생김새와 달리 열차는 날랬다. 반대편을 달리는 도로의 이층 버스와 빨간 택시들을 제외하면 보통의 도시 풍경. 잘 닦인 도심 어디에 내가 원하는 장면이 숨어있을까 몸이 달았다. 

도중에 정차중인 순간의 필름.

  홍콩역에 내리니 비로소 여행이 실감 났다. 생김새야 서울역과 다를 바 없으나 사람들이 달랐다. 언어가 다르고 톤이 달랐다. 알아듣지는 못하나 약간은  쏘아붙이는 듯, 늘어지는. 서울보다 높되 부산처럼 세지 않은 음률이 온 몸을 채웠다. 비로소 한자만으론 채우지 못했던 이국적 정취가 담겼다. 구사하는 언어가 다르니 같은 빌딩 숲이라도 다른 냄새가 난다. 간만의 외출이라 그 냄새가 반갑다. 

열차 밖 풍경.


  시작이 반이란다. 그런데 그 시작이 맘에 들었다. 화면에 거슬리지 않게 제목이 스크린 중앙에 걸린다. 


영화의 진짜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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