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nochrome blues Feb 10. 2016

홍콩 표현기 _#2.

이 곳에 있고,  그곳엔 없는.

  홍콩역에 나와 적당히 늦은 첫 식사를 정한다. 염두에 두었던 ‘팀호완’은 기다림에 끝이 없어 ‘정두’로 발 길을 돌렸다. 새우 완탕면에 새우 딤섬. 매우 ‘새우스러운’ 식사지만 완벽했다. 심심한 딤섬은 새우가 살아 움직여 맛을 더하고 바다 내음 가득한 완탕면은 새우가 심심히 간을 잡았다. 워낙 중화 음식을 좋아하지만 본토 음식이 이 정도로 입에 맞을 줄 몰라 당황스러울 정도로 만족하여  그다음이 기대되었다. 덤덤한 찻잔을 들어 입 안을 헹구었다.

 

글을 쓰다 떠오른 추가 메뉴.
BBQ 소스 찐빵도 한 접시.
많이도 먹었다.


  길가에 나와 가장 먼저 눈에 띈 색채는 택시들이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흰 셔츠에, 붉은 치마. 영화 색감 탓에 빨간색도 자주색도 아닌 묘한 톤을 보인다 생각했지만,  그때 그 색감 그대로 꺼내 입은 길가의 여인들이 황홀했다. 심지어 모두 같은 유니폼으로 통일한 채로. 홍콩의 랜드마크로 삼아 일 부러 교체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택시의 외형만은 시간이 멈추어 있어 인상적이었다. 

도시 그대로의 시간을 품은 다른 차들과 다른 옛 느낌의 택시들.

  뒤를 잇는 이층 버스와 트램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릴 적 갖고 놀던 이층 버스는 내 손에서 떠나던 그 모양 그대로 길가를 달렸다. 그 옆으로는 트램을 위한 철로가 깔렸다. 과거와 현재가 얽힌 느낌.  어린아이의 손은 장난감 버스를 놓고 핸드폰을 쥐며 어른이 되었다. 어른의 손으로 곧잘 즐기던 핸드폰 게임은  어린아이의 버스에 박힌 채 지난 세월을 담았고. 

장난감으로만 보았던 이층 버스.

  정신을 차려 보니 도시의 첫인상에 홀려 발걸음이 너무 더디었다. 우선 계획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구글 지도를 키고 횡단보도를 찾는데 온통 육교뿐이다. 지하철역 방향으로 육교에 오르자 이내 바다 쪽으로 대관람차가 눈에 걸렸다.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당신은 활짝 웃으며 타지 사람을 반겼다. 흐린 날씨에 조금은 미안해하며. 

웃고 있는 홍콩의 랜드마크.

흐린 가을날의 서울 풍경은 가슴 설레는 냄새들을 덧칠하며 이내 홍콩 색을 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홍콩 표현기 _#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