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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노무브 Jan 04. 2022

호텔이 로컬과 상생하는 방법, 상도동 핸드픽트


세계 각국의 여행정보를 담아내는 영국의 라이프스타일 잡지 <모노클>이 2018년 선정한 전 세계 100대 호텔 중 유일한 한국 호텔이 있습니다. 2016년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오픈한 핸드픽트 호텔입니다. 유려한 외관과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지닌 유명 호텔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핸드픽트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2016년 문을 연 핸드픽트 호텔은 서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로컬 호텔이다. (c)문지연. 출처 : lonely planet





지역 사회와 지역 주민들 삶에 스며드는

로컬 커뮤니티 호텔


호텔 로비가 웅장하고 화려할수록 투숙객의 불만 건수가 줄어든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호텔의 1층 로비와 프런트 데스크는 빛나는 조명과 샹들리에, 매끈한 대리석 소재의 인테리어, 벨벳 소재의 카펫과 가구들을 배치한 경우가 많은데요. 덕분에 호텔 건물의 1층 공간은 호텔 투숙에 목적이 없는 지역 주민이 편하게 들러서 애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여겨지지 않죠. 그러나 핸드픽트 호텔은 여느 호텔과 달리 숙박을 위해 방문한 투숙객이 찾는 로비와 프런트 데스크는 9층에 두고 호텔 1층과 지하 1층을 지역 주민 및 지역 사회에서 쉽게 들러서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형 휴식공간으로 설계했다고 해요. 특히 지하 1층에는 아이들과 보호자가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라운지, 꽃집, 카페, 레스토랑 등을 설치해 동네 주민들이 편히 이용하는 공간으로 열어 두었다고 합니다.


호텔 지하 1층의 기념품 가게와 꽃집, 카페와 레스토랑이 어우러진 개방형 공간.  출처 : 신동아


뿐만 아니라 투숙객이 체크인/아웃을 위해 9층 로비에 오르면 마주하게 되는 경관이 상도동 언덕배기에 자리 잡은 오래된 주택단지가 내려다보이는 풍경인데요.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혹은 국내 관광객이 강남 및 종로에 위치한 호텔 고층에서 보게 되는 빌딩숲과는 확연히 다른 서울의 유니크한 옛 정취와 풍광을 볼 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출처 : 신동아 '프리츠커 프로젝트' 압도하지 않고 동네로 스며들다. (c) 신경섭


상도동은 1960년대 개발된 서울의 첫 번째 주택단지로, 현재는 서울시에서 무분별한 고층아파트 건립을 막고자 지정한 근린재생사업단지 중 하나라고 해요. 언덕 위에 오래된 붉은 벽돌로 지어진 주택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사이사이에 나무의 색으로 사계절이 보이는, 지금은 서울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정겨운 골목길 풍경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그림체와 어우러지기 위해 핸드픽트의 외관은 벽돌로 지은 주변의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고자 붉은 벽돌로 박스를 치고 ‘구로철판(동작구와 근접한 구로공단에서 많이 쓰는 철판이라 붙은 이름)’이라 부르는 검은색 철판으로 외관을 장식했다고 해요. 


핸드픽트호텔의 외관(왼쪽) 8층 객실의 테라스에서 바라본 상도동 주택가 풍경(오른쪽) 출처 : 신동아




수익의 3%, 반경 5km 지역의 상생


호텔은 흔히 여행의 수단으로, 그저 어딘가에 머무르기 위해 열심히 후기를 검색해보고 잘 골라야 할 숙제처럼 여겨지기도 하는데요. 내가 선택한 호텔에 머무는 것만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어떨까요. 핸드픽트 호텔은 수익금의 3%를 반경 5km 내 지역 주민을 후원하는 데 사용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면 수익의 3%로 반경 5km 내 결식아동과 노숙자의 식사를 지원하고, 연회장의 수익금 3%는 반경 5km 내 저소득층의 결혼식이나 돌잔치를 무료로 진행하도록 후원하는 정책을 세우고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호텔 전체 수익의 3%는 노후 주택을 보수하고 골목길을 정비하는데 사용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호텔에 머무는 자체가 선한 기부에 동참하는 일이 됩니다.



9층에 위치한 한식당 나루에서는 상도동의 오래된 주택단지 풍경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출처 : 신동아


게다가 레스토랑에서 필요한 식자재를 얻기 위해 근교에 농장을 운영하고 호텔 루프톱에 온실을 마련해 유기농으로 재배하고 있다고 해요.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겠죠. 이렇게 자체 조달할 수 있는 식자재 외에 부족한 재료는 동네 재래시장에서 구입한다고 해요. 뿐만 아니라 1층 라운지는 젊은 예술가가 전시나 공연을 하고 작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호텔 이름을 핸드픽트로 삼은 이유도 호텔 곳곳에 손수 뽑은 인테리어 장식이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호텔 1층 입구의 사슴머리 예술품인 ‘헌팅 트로피’와 지하 1층 라운지에 있는 ‘노란목도리담비’는 폐플라스틱 의자를 잘라서 만드는, 플라스틱 때문에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을 형상화 해온 김우진 작가의 친환경 미술품이며, 9층 로비의 데스크 위에 붙어 있는 목조조각은 공장에서 생산되는 규격 사이즈의 합판을 한 조각도 버리지 않고 의자 4개를 만들 수 있도록 제작한 문승지 작가의 합판도안을 작품화한 것이라고 합니다. 또 그에 따라 조립된 것들은 지하 1층 라운지의 의자로 쓰이고 있다고 해요. 작품을 통해 환경보호와 상생의 의미를 담으려는 의도가 엿보이죠.


원색의 플라스틱 의자조각을 재활용해 플라스틱 때문에 멸종위기에 몰린 동물을 형상화해온 김우진 작가의 작품(왼쪽) 출처 : 신동아


더불어 고객과 만나는 서비스에서도 환경 보호와 지구와의 상생을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는데요. 대부분의 호텔에서 객실에 기본적으로 구비해놓고 있는 세안용품(칫솔, 치약, 면도기 등)을 투숙객이 챙겨올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해요. 불필요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세안키트 사용자제 캠페인을 시행하며 동참을 독려하고 브랜드의 가치 철학도 알리는 방식인데요. 챙겨오지 않은 경우엔 구매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으나 이런 식으로 한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다면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경각심이 없던 투숙객들에게 심각성도 알리고 이미 알고 있던 투숙객들에게는 신뢰를 얻을 수 있겠죠.


데스크에 놓인 일회용품 사용자제 캠페인 안내. 출처 : 프레스티지고릴라


핸드픽트 호텔은 앞으로도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 고객과 만나고 '지역과 상생'을 통해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해요. '서울의 1호 신도시'로 불리던 상도동은 주택 내 주차장을 가진 낡은 주택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핸드픽트는 구청과 협업해서 이 주차장들을 재활용하는 방향으로 작은 공방을 만들어 소상공인들이 마음 편히 장사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릴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해요. 건축과 인테리어 설계, 소품, 고객과 대면하는 서비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에서도 로컬 커뮤니티 활성화에 진심인 핸드픽트의 가치관이 드러나죠. 2016년에 개관한 작은 규모의 호텔이지만 <모노클>이 선정한 100대 호텔에 이름을 올린 저력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로컬의 삶을 체험하게 해주는 호텔


지역경제와 함께 상생하고 지역문화와 어우러지는 로컬커뮤니티 호텔, 핸드픽트에는 오래된 주택을 개보수하느라 2주 정도 묵어 가는 고객,  평일 동안 손자 손녀를 보느라 바쁜 나날을 보낸 후 주말 만큼은 쉬고 싶어서 매주 이곳을 찾는다는 고객들까지 지역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 유럽이나 일본 손님이 많고, 중국인 관광객의 경우 단체관광보다 개별관광을 선호하는 분들이 많이 찾는다고 해요.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온 아이를 데려와 옛날 골목길 체험을 해주려는 부모들도 있다고 하고요. 내국인 투숙객은 대부분 혼자 휴식을 취하려는 분들이 찾아오신다고 합니다. 세계적인 호텔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과 더불어 지역 및 국내에서도 톡톡히 자리매김한 것 같죠.


핸드픽트 호텔의 총괄 매니저를 겸하고 있으며 호텔의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기획, 설계한 김성호 대표는 핸드픽트가 지역이 함께 발전하는 데 역할을 하는, 그저 홀로 우뚝 선 호텔이 아닌, 문화와 공간의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는 호텔이 되길 바란다고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하고 있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호텔이란 "의식주를 담되 반걸음 더 나아가 한 번쯤 이렇게 살아보는 건 어때?”라고 조심스럽게 제안하는 곳"이며 고객이 "돈을 쓰면서 불편한 소비를 하지 않도록, 마음을 열고 조금은 다른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호텔은 그 지역 고유의 생활문화를 향유하기 위한 플랫폼이어야" 하기에 "호텔이 지역 문화에 녹아들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는 핸드픽트의 소신과 목표를 읽으며 상도에 위치한 '핸드픽트 서울'에서 더 나아가 국내 다양한 지역에 로컬 핸드픽트가 세워질 미래를 기대해 봅니다.


핸드픽트 호텔 옥상. 여의도 고층빌딩과 관악산이 보이는 이곳은 야외 결혼식장이나 소규모 콘서트장으로 쓰인다. 출처 : 신동아



“통계를 보면 우리 호텔이 오픈하고 상도동에 7~8천명의 외국인이 찾아왔더군요. 상도동이란 숨겨진 공간이 관광자원으로 개발된 셈이라 더욱 뿌듯합니다. 우리 같은 로컬커뮤니티 호텔이 많아지면 지역경제에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호텔 자체가 관광 목적이 되면 로컬경제에 더 큰 혜택이 돌아올 수 있습니다.”

                                                                 김성호 | 핸드픽트호텔 대표. 주간동아와의 인터뷰 중에서.









커버 이미지

출처 : [신동아] '프리츠커 프로젝트' 압도하지 않고 동네로 스며들다. 17.11.05


참고 자료


[신동아] '프리츠커 프로젝트' 압도하지 않고 동네로 스며들다. 17.11.05. 

[주간동아] 서울의 속살 맛볼 공간 계속 만들겠다. 2018년 1148호.

[아주경제] 김성호 핸드픽트 호텔 대표 '한국판 위스호텔' 만들고파' 17.01.20

[lonely planet] 상도로 골목 여행. 2019.11.06

[행복이가득한집] 도심 속 힐링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호텔. 2016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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