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노무브 Jan 11. 2022

로컬과 푸드를 심고 키우다, 카페 감자밭

출시 3개월 만에 백화점 식품관으로부터 팝업 스토어 제안을 받으며 인기를 끈 지역 내 로컬식재료를 활용한 빵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지역을 넘어 한국의 관광기념품 대통령상까지 수상했다고 하는데요. 서울에서 오픈한 팝업 스토어 기간 동안 하루 1,500개씩 팔리며 눈도장을 찍은 이 빵은 강원도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농산물 감자로 만든다고 합니다. 진짜 흙밭에서 막 캐낸 듯한 감자의 모양을 그대로 재현하여 처음 접한 사람들은 진짜 감자라고 오인하기도 한다고 하죠. 인기에 따른 후폭풍인지 연달아 미투제품이 생겨나며 유명세를 입증하고 있는 이 빵은 '카페 감자밭'의 시그니처 메뉴 '춘천 감자빵'입니다.


카페 감자밭의 시그니처 메뉴 '춘천 감자빵' 출처 : 농민신문


로컬푸드 감자 구하기

감자의 지속가능성 찾기


카페 감자밭은 서울에서 디자인 전공을 하던 이미소 대표가 춘천으로 귀농귀촌하며 탄생했다고 해요. 이 대표의 아버지는 춘천에서 감자 농사를 오래 해오셨는데 보편적인 흰 감자가 아니라 속이 빨갛거나 보라빛인 다른 품종의 감자를 연구하고 농사 지어서 시중의 일반 감자에 비해 절반값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해요. 이 대표가 춘천으로 내려간 2016년 당시 창고에 쌓여 있던 감자 재고가 수십 톤이었다고 해요. 고생해서 키운 감자를 땅에 묻으며 일단 이것부터 해결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감자를 활용한 F&B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해야 우리 감자를 잘 알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다양한 방식의 감자 성분을 활용한 상품을 개발하고 유통해보고 시행착오를 거치다 이 대표가 배운 제빵 기술을 토대로 감자모양의 빵을 만들어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감자단팥빵, 감자닭갈비파이 등 200여 가지의 빵을 만들어 보는 시도 끝에 '우리한테 있는 거라곤 감자뿐이니 감자를 꽉 채워 넣고 감자 모양으로 만들어 보자'해서 마침내 감자빵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생감자와 쌀가루를 활용해 쫄깃한 식감을 살린 반죽으로 투박한 감자 본연의 모양을 형상화하고 겉에는 콩가루와 흑임자가루를 묻혀 밭에서 캐낸 감자와 흙의 색을 재현했다고 해요.



<카페, 감자밭> 매대에 진열된 <춘천 감자빵>. copyright(c) beLocal



지속가능한 지역농가 생태계,

지속가능한 감자 생태계 만들기


춘천 감자빵에는 사람들이 흔히 접할 수 있는 보편적인 흰 감자가 아니라 분홍빛을 띄어 핑크 감자라고도 불리는 '로즈' 품종의 감자를 활용하고 있다고 해요. 고구마 감자라는 별칭이 붙은 로즈 감자 특유의 높은 당도 덕분에 설탕을 쓰지 않을 수 있었고 감자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다른 첨가물도 최대한 배제했다고 해요.


뿐만 아니라 감자밭의 감자빵은 분말감자가 아닌 생감자를 활용해 만든다고 하는데요. 단가를 더 낮추기 위한 방식이나 베이킹 과정에서의 편의성을 따지면 분말감자를 쓰는 게 효율적이지만, 분말감자는 시중에 미국산이나 유럽산만 유통되고 있고 국내산 분말감자는 없다고 해요. 감자밭은 지역농가와의 직거래를 통해 농가의 유통 부담을 줄이고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감자를 구입해서 제빵에 사용하는 철학을 지키고 있다고 해요. 지역 농가와 상생하며 로컬푸드로서의 감자를 소비하고 알리기 위해 매일 손으로 직접 감자를 깎는 수고를 들이고 있는 거죠.


완성된 감자빵(왼쪽-출처 : 한국소상공인신문) 감자크림빵과 로즈감자 타르트(오른쪽-출처 : 농민신문)


생태적으로 농작물의 품종이 하나로 획일화되어 있으면 여러 병충해나 재해를 통해 멸종될 수 있는 위험이 크다고 하는데요. 현재 우리나라에는 흔히 볼 수 있는 흰 감자만 유통되고 있다고 해요. 이렇게 단일한 종자만 유통된다면 과학자들이 거듭 경고하는 멸종시점이 도래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우리가 두려워 하는 유전자변형 작물을 생산해야 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고 해요.


이에 카페 감자밭은 다양한 품종의 감자를 지키기 위한 연구와 메뉴 개발을 통해 시그니처 메뉴 감자빵 외에도 지역농가의 감자를 활용한 다양한 디저트류를 연구개발하여 선보이고 있다고 해요. 감자빵에 들어가는 로즈 감자와 달리 물과 전분 함량이 낮아 다른 감자보다 더 깔끔한 맛이 나는 '청강'이라는 품종의 감자를 활용하여 만든 카레감자빵이 감자밭의 또다른 시그니처 메뉴로 사랑받고 있다고 하고요. 이외에도 감자크림빵, 로즈감자 타르트 등 국내 감자의 다양한 품종과 고유한 특성을 알리고 맛있는 먹거리로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와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카페, 감자밭의 전경. copyright(c) 카페 감자밭





로컬푸드 크리에이터로서

지역사회, 로컬과 상생하기 위한 움직임


카페 감자밭은 지역 농가와의 상생 및 지역 농산물의 소비촉진을 위해서 모든 제품에 활용하는 재료를 질 좋은 국산 농산물을 찾아 사용하고 있으며 농한기에는 농업 종사자를 고용하는 방식으로 지역 내 일자리를 창출, 양질의 일자리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해요.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고 농작물과 농부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카페 감자밭에서 제공하는 음료의 이름을 정할 때는 '오창언 농부의 블랙커런트 에이드', '곽정토 농부의 청귤 에이드'와 같이 원료를 제공하는 농부의 이름을 붙인다고 합니다. 매장에서는 음료에 담긴 농부와 농작물의 이야기를 함께 담은 컨텐츠도 만나볼 수 있다고 해요. 농부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를 고객들에게 소개하여 로컬푸드와 로컬에 대한 관심, 호응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라고 해요.


춘천으로 내려간지 이제 6년차라는 이 대표는 2020년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춘천은 기업이 없어서 공무원의 도시라고 불린다. IT 비즈니스나 기획형 비즈니스도 충분이 가능한데 인프라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배척당하는 곳"이라며 "더욱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싶고 앞으로의 목표이기도 하다. 추후 춘천으로 인재를 유입하거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지 않을까"라는 다짐을 밝혔는데요.


농작물이 성장할 수 있는 터처럼 개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터를 만들겠다는 밭(BATT)의 의미. 출처 : 유투브 채널 왓에버


2021년 카페 감자밭은 농업회사법인 ‘밭(BATT)’으로 출범하여 지역 로컬 농산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F&B 전문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고 해요. 이 대표는 “춘천의 감자밭처럼, 시래기가 유명한 강원 양구에는 시래기를 전문으로 하는 ‘시래기밭’을 열고 싶다”며 “전국의 특색 있는 지역 농산물을 ‘밭’이라는 프랜차이즈에서 선보일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밭이 농작물이 성장할 수 있는 터인 것처럼 개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드는 역할을 '밭'이 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고 합니다. 지역사회, 지역농가 그리고 지역주민과 함께 호흡하는 로컬 청년기업으로 역할하는 '밭'을 통해 전국 각 지역에 어떤 로컬 재료가 활용되어 어떤 다양하고 흥미로운 밭들이 나타날지 궁금해집니다.


도시의 삶을 정리한지 벌써 5년, 하루하루가 즐겁고 재미있는 일만 가득한 것은 절대 아니지만 지금, 여기, 내모습이 가장 마음에 들고, 그 어떤 때보다 나에게 온전이 집중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그것이 저를 매일매일 행복하게 만듭니다. 지금은 저만의 라이프 스타일로 행복한 농촌의 삶, 나의 삶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소박함. 자연친화적인. 관계를 생각하는것. 유기적인 삶. 공간을 온전히 나로 채우는 것. 촌스럽지만 나의 취향이 묻어난 러스틱라이프. 제 공간에 오시면 온전히 저의 향기가 묻어난 공간에서, 자연과 함께, 저희 취향이 묻어난 다과와 함께 시간을 보내실 수 있어요. 우리가 만드는 상품들은 소박하지만 우리의 멋이 베어있는 우리의 가치관 안에서 지속가능하게 사용할 수 있는 그런 상품입니다.

            이미소 | 카페 감자밭 대표 '2019년 10월 24일 이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중에서'




커버 이미지

출처 : copyright(c) belocal



참고 자료


[세바시] 농촌에서 장사해서는 돈을 벌 수 없다고요? | 세바시 1413회. 21.10.22

[왓에버] 춘천의 명물 '감자빵', 카페 감자밭 이미소 대표의 이야기. 21.11.26

[농민신문] 밭에서 막 캐낸 듯 투박함이 포슬포슬 춘천 감자빵. 21.06.09.

[시사N라이프] 춘천 감자빵 성공기, <카페 감자밭> 이미소 대표. 20.06.25

[강원도민일보] 춘천 감자밭 대표, 돈만 쫒는 사람으로 비춰져 마음 아파. 20.10.13

매거진의 이전글 로컬 컨텐츠가 전국에서 읽히는 비결, 매거진<iiin>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