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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노무브 Jan 14. 2022

수박으로 맥주를 만든다고? 무등산 로컬 브루어리


광주의 경리단길이라 불리는 동명동 골목에 고풍스러운 양옥주택을 개조하여 양조 설비 시설을 갖춘 광주의 유일무이 수제맥주 브루어리 펍이 있습니다. 가장 지역다움을 추구하며 로컬을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로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있는 수제맥주의 명소가 된 도시 포틀랜드처럼 로컬 커뮤니티를 탄탄하게 확장하며 광주의 로컬을 알리고 지키는 문화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하는데요. 광주의 지역성과 정체성을 담아 수제맥주를 만드는 브루어리 펍, 무등산 브루어리입니다.


무등산 브루어리의 캐릭터 수달이 그려진 양조장의 전경 (출처 : 이로운넷)



우리밀의 대표 생산지

광주의 로컬리즘을 고민하다



광주에 흐르고 있는 황룡강 일대에는 상당히 많은 양의 밀이 자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밀의 70%가 이곳에서 생산된다고 하는데요. 광주에서 나고 자란 윤현석 무등산 브루어리 대표는 문화경영을 전공하고 지역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부터 답답함이 커졌다고 합니다. 일본, 유럽 등 유명한 양조장에서는 각 지역의 재료로 술을 빚고 그 술이 지역의 강점이 되어 마을을 키워 나가는 방향으로 성장하곤 하는데, 우리밀의 70%가 생산되어 밀 생산지로 손 꼽히는 광주에서는 대표적인 로컬푸드나 로컬 생산품 없이 밀가루나 빵, 건빵 등의 제품 생산에서 그치는 점이 늘 아쉬웠던 거죠. 그래서 밀이라는 지역 농산물을 어떻게 활용할지 거듭 고민하다 직접 맥주를 만들어보기로 했다고 해요.


광주의 지역 특산물인 무등산 수박을 활용하여 만든 수제 맥주, 워메2 IPA. (c) 무등산 브루어리


브루어리에 대해 공부하고 설비를 갖추기 위해 준비하며 직접 빚은 수제맥주에 어떻게 광주 지역의 문화와 장소를 녹일지 고민했다고 하는데요. 새로운 맛을 연구하고 출시할 때마다 지역에서 나는 밀을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하고 지역의 특성을 느낄 수 있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고 합니다. 그중 하나가 광주 지역의 유명한 특산물 중 하나인 무등산 수박입니다. 무등산 수박은 보통 수박보다 크고 당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한데요. 이 점을 활용해 IPA 맥주로 만들고, 전라도 지역에서 감탄사로 쓰이는 사투리인 동시에 수박의 영문명 ‘워터멜론’의 줄임말이기도 한 ‘워메’를 붙여 '워메 IPA'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독특하고 인상적인 네이밍이죠.


출처 : SBS 다큐 '나는 지역에서 살기로 했다'


'무등산 브루어리'라는 상호를 정하는 과정에서도 지역 내 시민뿐 아니라 외부인이 공감할 수 있는 광주의 상징물이 무엇인지를 두고 고민을 거듭했다고 하는데요. 무등산은 광주를 대표하는 지역 명소로도 알려져 있지만 특히 광주 시민들에게 정신적인 지주와도 같은 상징을 지닌 곳이라고 해요. 그래서 지역문화 지킴이가 되겠다는 포부를 담아 브루어리명을 ‘무등산’으로 정하고, 브루어리 곳곳에 그려진 캐릭터도 무등산국립공원에서 보호를 위해 마스코트로 지정한 수달을 의인화하여 지역 내 로컬 크리에이터와 협업하여 만들었다고 합니다.


출처 : SBS 다큐 '나는 지역에서 살기로 했다'


이렇게 직접 개발한 수제맥주 안에 광주 지역만의 맛과 스토리텔링을 담는 철학이 무등산 브루어리의 유일무이함이자 특징인데요. 무등산 수박을 활용한 '워메 IPA' 외에도 진한 술 색깔이 무등산 억새밭의 빛깔을 닮은 ‘무등산 필스너’, 5.18 민주화 운동을 기억하고 기리기 위해 만든 ‘평화 페일에일’, 광산구에서 생산한 밀로 만든 ‘광산 바이젠’, 무등산 수박에 히비스커스 꽃잎 향을 더한 ‘워메2 사워 IPA’, 무등산 수박에 초콜릿을 섞은 ‘워메3 Nutty IPA’ 등 광주 지역의 새로운 면면들을 알리기 위한 의미를 제품 곳곳에 담아 선보이고 있습니다.






로컬의 지속가능함을 위한

로컬 문화 허브로 가기 위한 움직임, 로컬 커뮤니티 활성화


무등산 브루어리는 맥주를 만들고 선보일 공간도 지역의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고민했다고 해요. 지역 내 오랫동안 버려져 방치된 공간도 다시 사람들로 붐비고 활기를 띨 수 있다는 가치를 전하기 위해 20년간 비어있던 근현대식 가옥을 개조하고 내부를 깔끔하게 인테리어 해서 양조장과 펍으로 꾸민건데요. 흔히 양조장 하면 커다란 공장이나 거대한 시멘트 벽을 떠올리기 쉽죠. 무등산 브루어리는 동네 사람들이 일을 마친 뒤 집에 가는 길에 들르거나 가볍게 친구와의 대화를 위해 모이는 친근한 약속장소 같은 마을 양조장을 지향했기 때문에 쇠락해가던 구도심 동명동의 골목 골목에 있는 빈집을 찾아다녔다고 해요. 그리고 발견한 폐가였던 공간에서 '지역의 문화적인 이야기가 있는 곳에서 문화가 담긴 맥주를 만들고 팔아보자' 하며 시작한 거죠.


양옥 주택을 개조하여 꾸민 무등산 브루어리의 펍, '애프터웍스'의 전경 (왼쪽 출처 : 이로운넷) 펍의 내부 (오른쪽 출처 : marie claire)


2020년 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며 공연 및 경기 관람이 어려워졌을 때는 모든 행사가 비대면으로 전환됨에 따라 프로야구 경기를 즐겼던 팬들이나 선수들은 분위기가 침체될 수밖에 없었는데요. 무등산 브루어리는 지역 내 프로야구 구단 선수들과 팬들을 응원하기 위한 기획도 선보였다고 합니다. 광주를 연고지로 둔 프로야구 구단이 '기아 타이거즈'인데, ‘집에서 시원하게 맥주 마시면서 기아 타이거즈 응원하자’라는 이야기가 나와 이러한 움직임에 지지를 보내는 마음으로 ‘무등산 호랑이’를 기획했다고 해요. 호랑이의 이미지처럼 도수 높고 진한 페일에일을 만들어 출시한 건데요. '무등산 호랑이'를 마시며 응원할 수 있던 팬들은 비대면 관람이 아쉽긴 해도 공동의 유대감을 공유하는 즐거운 경험을 했을 것 같죠.


출처 : SBS 다큐 '나는 지역에서 살기로 했다'


2017년 오픈하여 동명동 골목 일대를 '사람들이 찾는 마을'로 만드는데 기여해 온 무등산 브루어리는 또다른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해요. 무등산 브루어리가 앵커 스토어 역할을 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로컬을 찾게 하는 것과 동시에 늘어난 유동인구가 지역 전체에 들러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도들인데요. 브루어리 옆에 운영하던 펍 ‘애프터 웍스’를 맥주 중심의 지역 문화 프로그램을 개최하는 ‘무등산 하우스’로 바꾸어 맥주와 곁들이기 좋은 안주를 개발하고 브루어리 옆에 식품을 가공할 수 있는 장소도 만들 계획이라고 해요. 또 그 옆에 디자인 상품을 만드는 아트워크숍이 들어서는 모습도 기획중이라고 하고요. 지역창작자, 지역창업자, 지역소상공인과 협업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마을에 로컬 클러스터를 만드는 구상을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광주 지역의 문화와 지역성을 살린 무등산 브루어리의 수제맥주 (출처 : 매거진 아는동네)


또 맥주가 광주를 담아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소비재이자 문화전도사가 될 수 있도록 기존에는 방문해야만 맛볼 수 있던 맥주도 개인이 구매할 수 있도록 캔 형태로 유통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식품 기획 등 다른 제조도 함께 하기 위해 브루어리는 공장을 확장하여 만들 수 있는 공간으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해요. 기존 맥주 라인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새로운 지역의 지역색을 담은 맥주 라인과 시즈널 메뉴를 추가로 만든다고 하니, 광주의 농산물을 활용하기 위해 시작했던 무등산 브루어리의 고민이 광주를 넘어 다른 지역에서도 그 매력을 속속 발견하여 사람들에게 전해줄 넥스트 스텝이 기대되고 기다려집니다.






"나는 지역과 무엇을 결합시킬 수 있지?" "그렇게 사는 것이 나에게 어떤 삶의 전환이 되지?" 이런 고민이 많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라이프스타일을 만나기 위해 지역에 찾아오고 그 라이프스타일 안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기획하고 표현해 내는 게 로컬 크리에이터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지향하는 삶의 방식, 생활의 방식들을 일로만 끝내지 않고 다양한 지역의 구성원과 만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은 게 앞으로의 목표에요. 경쟁과 시기가 아니라 서로 잘 되도록 열린 태도로 공동의 노력을 하는 공유의 마인드, 이런 것들을 제가 하는 일로써 계속 보여주고 싶어요.

                                   윤현석 | 무등산 브루어리 대표 'SBS다큐 나는 지역에서 살기로 했다' 중에서





커버 이미지

무등산 브루어리의 캐릭터 수달이 그려진 양조장의 전경 (출처 : 이로운넷)


참고 자료


[SBS 특집다큐] 나는 지역에서 살기로 했다 '로컬 라이프'.19.12.30

[marie claire] 브루어리 여행 '광주 무등산 브루어리'. 2020.07월호

[아는동네] 가장 지역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음료, 무등산 브루어리.19.04.12

[이로운넷] 맥주 먹으러 광주에? 지역의 색을 담다. 19.08.16

[라이프인] '무등산 브루어리' 맥주에서 시작한 상상과 지역에서 가능한 일들. 21.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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