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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노무브 Feb 11. 2022

1인 창작자, 로컬과 공간으로 연결되다

국내 최초 코워킹&코리빙 브랜드 로컬스티치

2015년 국내 최초로 주거와 공유 오피스 공간을 결합한 형태의 '코워킹&코리빙' 공간을 선보인 브랜드가 있습니다. 지역의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1인 창작자 혹은 창업자, 스타트업에 공간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데요. 차별화 지점은 '관계'에 있습니다. 공유 공간에 모이는 사람들과 공간을 만든 브랜드는 기존에 익숙한 개념의 입주자와 공간운영사가 아닌, 창작자와 액셀러레이터에 가깝습니다.


로컬스티치 을지로점. (c)Local Stitch


프리랜서나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임대인이, 정형화된 공간을 제공하고 선택하도록 하는 타인이 아니라, 하려고 하는 일을 함께 고민하고 그에 적합한 업무 공간이나 삶의 공간을 의논하고 기획해주는 지지자라면 작업의 질이 많이 달라지겠죠? 오늘 소개할 로컬 브랜드는 지역 크리에이터(Local)와 컨텐츠를 연결하겠다(Stitch)는 목적의식이 돋보이는 이름으로 워크&라이프 커뮤니티 형성을 이어가고 있는 '로컬스티치'입니다.

로컬스티치 소공점. (c) Local Stitch





동네가 뜨면 세입자의 삶의 질은 하락한다

같은 돈을 내고도 주거의 질이 낮아진다


로컬스티치는 2013년 홍대 골목에 글로벌 노마드를 위한 작은 동네 호텔을 만들면서 시작되었다고 해요. 호텔에 묵는 여행자에게 동네에 살아보는 경험을 제공해보고 싶었던 김수민 대표는 허름한 여관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공간을 꾸민 뒤 로컬 상점들을 연계해 지역의 맥락을 녹여낸 프로그램을 서비스했다고 하는데요.


잠은 호텔에서 자고 식사는 주변 로컬 식당에서 골라 먹을 수 있는 컨셉이었다고 해요. 지역 예술가의 작품을 감상하거나 지역 활동가의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엮었다고 합니다. 그 시절에는 생소한 개념이었던 로컬 컨텐츠를 결합한 서비스를 시도해본 것이죠.


동네호텔을 전환한 로컬스티치 첫번째 코리빙&코워킹 지점. 서교점의 라운지와 루프탑. (c) Local Stitch


그러다 만나게 된 사람들과 함께 구상한 그림이 지금의 로컬스티치로 이어졌다고 해요. 홍대 주변은 점점 사람이 모이고 상권이 번성하는데 1인 창작자였던 세입자들은 더 작고 더 외진 곳으로 옮겨 다니며 삶의 질이 하락하게 되었고 이러한 문제에 해법이 필요하다는 의식을 공유하게 된 것이죠. 거기에 취업 시장이 불안정한 시대 상황까지 맞물리니 새로운 실험과 시도를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다르게 살아보자'는 결심이 모이고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창작자들간의 시너지가 날 것이라 예상했다고 해요.


로컬스티치 서교점. (c) Local Stitch


2015년, 동네 호텔을 공유 오피스와 공유 주거를 결합한 방식으로 전환했고 결이 맞는 사람들을 찾아 멤버로 맞이했다고 해요. 일하고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실험 정신이 강한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서로 일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함께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도 하고 간혹 창업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김 대표는 입주민 사이에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지고 이어지려면 회사에 다니든 창업을 하든 혹은 실패를 하든 주거 공간이 안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입주민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공간을 연결하는 멤버십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해요.


입주자들이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여러 지점에 배치한 로컬스티치의 멤버십 서비스. (c) Local Stitch



로컬 크리에이터 입주자들과

함께 성장하는 공간 실험


로컬스티치는 각 공간을 지역과 특색에 맞게 리모델링하고, 입주자의 라이프스타일을 관리하는 멤버십 서비스로 운영되고 있다고 해요. 최초 지점인 홍대의 동네호텔에서는 공간을 구성해두고 입주자를 맞이했지만 이후 설계한 다른 지점들에서는 맞이하게 될 입주자의 일과 특성을 반영하는 공간 기획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역량있는 입주자와 협업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토대와 환경을 만들고 지원하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죠.


서로 다른 공간을 갖춘 여러 지점을 연동하여 함께 하는 멤버들에게 더 나은 워크&라이프를 제공하는 건데요. 예를 들어 소공점에는 30인 이상이 모일 수 있는 세미나실이 있고 동교맨션점에는 촬영 스튜디오가 마련되어 있는 식입니다. 주거를 목적으로 입주한 사람이 창업을 하게 되면 작업 공간이 더 효율적인 지점으로, 일이 잘 풀려서 오프라인 가게가 필요하면 가게가 있는 지점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것이죠.


로컬스티치의 입주자이자 말레이시아 출신 셰프가 로컬스티치와 함께 문을 연 레스토랑 '아각아각.' (c) Local Stitch


일례로 성산점에 입주하여 1인 여행사를 운영하던 크리에이터가 연희점에 여행전문서점을 내기도 하고, 서교점에 입주한 셰프가 옥상의 공유주방을 활용해 요리를 선보이다가 로컬스티치와 협업하여 연남점에 로컬푸드 팝업레스토랑을 차리기도 했다고 해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 위치한 카페 '유월커피'와 중고서점 '세컨북스'도 로컬스티치와 입주자간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공간이라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로컬스티치 각 지점의 카페나 레스토랑에는 입주 멤버들이 창업한 로컬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고 해요.


로컬스티치 영등포점에 들어선 입주자와의 협업공간. '유월커피'와 '세컨북스' (c) Local Stitch



'공간에 있을 사람'을 위한 공간

삶의 패턴을 반영하는 라이프스타일 맞춤 공간


로컬스티치 약수점의 시사회가 가능한 타운홀 공간. (c) Local Stitch


로컬스티치 약수점의 경우 광고대행사 사옥으로 쓰이다가 오랫동안 비어있던 건물을 리모델링했다고 하는데요. 한 층에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영화 파트 직원들이 입주하게 되어 시사회를 할 수 있는 작은 타운홀 공간을 만들었다고 해요. 충무로와 가까운 지역 특성상 영화, 영상 분야 창작자가 자주 모일 것이라 생각해 2층에는 매거진 바도 구현했다고 합니다.


언제든 들러 창의적 자극과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매거진들의 도서관을 만들고 싶었다고 하니 로컬 컨텐츠를 입혀 지역 멤버들과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로컬스티치의 고민과 흔적이 엿보이죠.


로컬스티치 약수점의 2층. 로컬스티치만의 시선으로 큐레이션한 매거진 바. (c) Local Stitch


어릴 때 스페인으로 이주하여 요리사로 일하던 한 멤버는 성산점에 입주해 공유주방을 빌리는 대신 6개월간 멤버들의 점심을 책임져주기로 했다고 해요. 미슐랭 투스타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요리사 덕분에 성산점 멤버들은 2천원 정도의 비용으로 매일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경험을 계기로 로컬스티치는 멤버들을 위한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확장해보기로 했다고 하는데요. 대부분이 1인 가구인 입주멤버들이 혼자서 사먹기 쉽지 않은 과일을 정기적으로 농가에서 받아오는 서비스도 만들게 됐다고 해요.


왼쪽 : 로컬스티치 연남점의 코리빙 하우스. 오른쪽 : 로컬스티치 동교맨션점의 독립실 내부 (c) Local Stitch






로컬과 상생하는 공간구현과 네트워킹


부동산을 기존의 방식보다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찾아내는 중이라는 로컬스티치는, 주로 특정 지역의 용도를 잃어버린 오래된 공간을 골라 외관은 유지하되 내부를 리모델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때문에 각 로컬의 먼지 쌓인 건물들이 그 멋스러움은 그대로 지닌 채 차근차근 개성넘치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공간을 설계할 때 지역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라운지나 상점 공간들도 배치한다고 해요. 물리적으로 마주치는 시간이 늘고 교류하는 시간이 늘어야 사람들간의 시너지도 커진다는 철학에 기반한 공간 구현이라고 합니다.


로컬스티치가 리모델링한 건물에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입주하고 이들이 프로젝트를 만들어 파트너들을 끌어들이면서 동네 분위기가 달라지기도 한다고 해요. 입주자들 간의 연결이 동네 커뮤니티와도 연결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죠. 실제로 서교 2호점 1층에 위치한 라운지 공간 '슈퍼스티치'의 경우는 지역 특색에 맞게 1인 주거를 위한 생활용품을 구비해두고 있으며 매출의 약 80%가 동네 주민에게서 나온다고 해요.


왼 :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한 로컬스티치 약수점. 오 : 로컬스티치 서교2호점에 위치한 라운지 공간 '슈퍼스티치' (c) Local Stitch


로컬스티치 연남장의 경우도 지역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라운지를 구성하고 싶었다고 하는데요. 지역별 창작자의 다양한 컨텐츠를 모아서 소개하고 상생의 가치를 담아서 동네와 잘 섞이며 소통하는 연결의 장을 지향한다고 합니다. 지하 1층은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컨텐츠를 소개하는 문화공간으로, 2층은 로컬창작자들의 코워킹 스페이스, 1층에는 로컬 식음료를 큐레이션한 레스토랑과 카페, 다양한 착장 활동이 이루어지는 복합문화공간을 구현해두고 있습니다.


로컬 창작자들의 공연이 열리고 있는 연남장. (c) HMG KOURNAL


로컬스티치 연남장점의 2층 로컬창작자들을 위한 코워킹스페이스. (c) Local Stitch







로컬스티치는 스스로를 고용하는 형태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주목하여 이들의 교류와 성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프리랜서나 예비 창업자가 시도해보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시장에 수월하게 진입할 수 있어야 지속가능한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여긴다는 신념이 이곳저곳에서 느껴지죠.


로컬스티치는 이 같은 생태계 조성을 위해 창업을 원하는 멤버들에게 집중적으로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시공간과 네트워킹을 통해 새로운 시야를 얻을 수 있는 환경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목표가 있다고 합니다. 로컬스티치에 입주하고 창업한 창작자들의 성공사례를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싶다고 해요.


로컬스티치 성산점의 공유 서재. (c) Local Stitch


로컬스티치는 2021년까지 서울 서교동, 연남동, 성산동, 소공동 등에 14곳이 넘는 지점을 오픈했습니다. 지점이 늘어날수록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생태계도 넓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울이 아닌 지역의 지점도 3곳 정도 구상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점차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가 늘어날 것이기에 이에 따라 공간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해요.


다양한 창작자들을 한 데 모으고 그들에게 핏한 컨텐츠를 입히는 방식으로 입주자, 건축주, 공간운영자 모두에게 시너지를 일으키며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는 로컬스티치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집니다.



주 이용객이 밀레니얼이다. 그들의 변화를 지켜보며 다양한 방식으로 공간을 만들고 서비스할 생각이다. 어떤 친구는 계속 1인 주거 형태로 남을 거고, 또 다른 사람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서 3, 4인 가족이 될 거다. 이런 변화까지 발맞출 수 있는 서비스로 발전하고 싶다. 우리 룸을 작업실로 쓰는 분 중에 아기가 있는 분이 있다. 그에 맞춰 대안유치원 같은 걸 만들 생각도 있다. 사실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는 계속 고민 중이다(웃음). 그래서 난 요즘이 위기이자 기회의 시대인 것 같다.

                                               김수민 | 로컬스티치 대표 '중앙일보 폴인인사이트와의 인터뷰 중에서'




커버 이미지

출처 : (c) Local Stitch


참고 자료


[중앙일보] 밀레니얼, 함께 일하고 살며 주거에 대한 대안 모색, 로컬스티치 7곳의 실험. 18.11.22

[중앙일보] 1인 창작자 키우는 공유 오피스, '로컬스티치'의 공간 실험. 2020.12.27

[topclass] 코워킹, 공간 공유 이상의 시너지. 2019년 11월호

[디자인프레스] 창작자들의 코워킹 스페이서, 로컬스티치 약수. 2020.06.18

[brique] 출퇴근 시대 이후의 일과 집 ① 업무 공간과 주거의 만남 '로컬스티치' 2020.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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