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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노무브 Jan 21. 2022

<돈 룩 업>이 아닌 '룩 업'

넷플릭스 영화 <돈룩업> 추천

2021년 연말 공개된 넷플릭스의 신작이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케이트 블란쳇, 메릴 스트립, 마크 라이런스, 조나 힐, 아리아나 그란데, 티모시 샬라메까지 쟁쟁한 스타 배우들이 참여한 것만으로 기대되는 작품인데요. 원톱 주연으로도 유명 어워즈의 상을 휩쓴 배우들을 모아 모아 꾸린 화려한 캐스팅입니다. 이 대단한 배우들이 어떤 작품이길래 한 자리에 모인걸까요?


천문학과 대학원생 케이트(제니퍼 로렌스)와 담당 교수 랜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출처 : 영화 <돈 룩 업>의 스틸컷


이야기는 천문학과 대학원에 다니는 박사과정의 학생과 교수의 시점에서 출발합니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관측에 주의를 기울이던 학생(케이트)은 그간 볼 수 없었던 혜성이 떨어지는 걸 보게 되는데 진로가 조금 이상하다는 걸 발견합니다. 담당 교수(랜들)와 함께 계산을 해보니 6개월 후에 지구에 떨어지게 되며 그 크기가 에베레스트 정도에 달해 지구를 멸망시키기에 충분하다는 결과값을 얻게 됩니다.


백악관으로 불려가는 케이트와 랜들(왼쪽) 선거 유세를 위해 연설 중인 대통령 올린(메릴 스트립) 출처 : 영화 <돈 룩 업>의 스틸컷


랜들 교수는 패닉에 가까운 상태가 되어 이 사실을 NASA에 알리고, 최초 발견자인 케이트의 이름을 따라 '디비아스키'라 명명된 이 혜성의 존재와 진로를 설명하기 위해 백악관으로 불려가게 됩니다. 그러나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은 이 불편한 소식을 제대로 마주하려 하지 않고 코앞으로 다가온 선거 핑계를 대죠. 결국 케이트와 랜들은 지구를 멸망시킬 혜성충돌이 6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언론 투어에 나서지만 언론 또한 가벼운 뉴스거리로 소개할 뿐입니다. 더구나 소셜 미디어 상에서는 두 천문학자가 말하는 내용이 유명 연예인의 결별과 재회 소식에 묻혀 버립니다.


뉴스쇼 진행자 브리(케이트 블란쳇)와 잭(타일러 페리) / 뮤지션 라일리(아리아나 그란데)와 그의 연인 DJ첼로(키드 커디) 출처 : 영화 <돈 룩 업>의 스틸컷

대부분의 재난을 다룬 영화라면 '두 천문학자는 정치의 무관심과 언론의 보도경쟁을 이겨내고 재난을 앞둔 지구를 지켜낼 수 있을까요?'라는 말로 소개를 가름할 수 있겠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 않습니다. 기한이 예정되어 있는 지구멸망 스토리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돈 룩 업>의 카메라는 여느 SF 영화처럼 지구 밖으로 나가 위협의 원인이 되는 혜성을 파괴하고 지구를 구해내는 영웅들을 쫒아가지 않습니다.


대신 지구라는 행성에 일상을 꾸린 인간 사회의 면면을 비춥니다. 정치인과 언론인, 학자, 군인, 활동가와 연예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 군상들을 보여주며 인류문명을 종말시킬 재난이 예고되었을 때 사람들이 어떤 모습을 보이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죠. 지구 멸망이 하루 하루 가까워 오는 가운데 정치 및 사회 시스템이 어떻게 오작동하는 지를 보여주는 데 공을 들입니다.


영화 <돈 룩 업>의 스틸컷


영화 <빅쇼트>를 만들었던 아담 맥케이 감독이 새롭게 선보인 이 영화는 블랙코미디 장르로 분류되어 있지만 다큐멘터리라고 소개해도 될 만큼 현실을 촘촘하게 묘사하며 풍자를 덧대고 있습니다. <빅쇼트>에서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다루며 헤지펀드, 투자은행 등 월스트리트 금융가에 속해 있는 인물들을 통해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위험을 먼저 감지한 사람들의 다양한 군상을 보여줬죠. 누군가는 붕괴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누군가는 인생역전의 기회로 삼아 이득을 취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빅쇼트>의 포스터(왼쪽) 영화 <돈 룩 업>의 메인 포스터(오른쪽)


<돈 룩 업>에서도 유사합니다. 혜성충돌이라는 예상되는 위험을 통해 누군가는 자신의 선거 승리를 위한 정치적 행보로 활용하며 누군가는 기업의 이익 확대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합니다. 누군가는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미디어 가십거리로 소비하고 누군가는 지구의 멸망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죠. 그리고 여기에 더해 '투표'와 '소비' 혹은 영상 컨텐츠의 '시청'과 소셜 미디어의 '좋아요'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보태는 다양한 집단의 면면까지도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셨다면, 기후위기 문제에 관심있는 분들은 아마 혜성충돌이 기후위기로 읽히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5분 가량의 제작 비하인드나 코멘터리 영상을 보면 평소 환경운동가로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기후위기 문제 해결에 대한 관심과 필요한 변화들에 대해 언급하기도 하죠. 기후위기 또한 10년 가량의 한정된 시간 안에 해결해야만 하는 인류 공통의 문제가 됐습니다. 정치적, 과학적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지만 전세계가 전환을 이루어야만 하는 문제임을 생각하면 너무 더딘 변화 속도라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영화 <돈 룩 업>의 스틸컷


만약 영화에서의 혜성충돌이 기후위기라면 2022년 1월 현재 우리는 영화 속 6개월이란 타임라인의 어디쯤에 있을까요.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지구 기온도 올라가고 있죠. 어떤 것들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 사라지거나 오염되었다는 결과들도 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몇년 뒤 '너무 늦었다'는 말은 나오지 않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거대한 문제지만 지혜를 모은 인류가 해결해 낸 위험이 되면 좋겠습니다. 부디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혜안이 모이길 바라며 추천 영화 소개를 마칩니다. 추후 영화 <돈 룩 업>을 보신다면 '혜성충돌'이라는 상징을 '기후위기'로 치환해서 다시 감상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커버 이미지

[영화] 돈 룩 업 | 넷플릭스


참고 자료


[영화] 돈 룩 업 | 넷플릭스

[Youtube] 돈 룩 업 Don't Look Up | 제작 비하인드 | 넷플릭스

[Youtube]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스페셜 코멘터리 | 돈 룩 업 Don't Look Up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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