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 진짜 필요한 건 뭘까 <더 게임 체인저스>
넷플릭스 다큐 <더 게임 체인저스> 리뷰
육식이 우리 몸을 더 튼튼하게 만들어줄까요? 인간의 몸은 고기를 먹을수록 강해질까요?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운동량을 감당하며 신체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운동선수들은 어떻게 먹고 있을까요?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는 다큐 <더 게임 체인저스>는 앞서 제시한 의문들을 파고드는 여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더 게임 체인저스> 2018이야기는 유년 시절부터 가라테, 주짓수 등의 다양한 호신무술 및 격투 운동을 해왔던 UFC 선수 제임스의 의문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제임스는 다년의 훈련과 경험으로 격투기 종목 챔피언을 따내는데요. 얼마 뒤 연습 경기 도중 무릎 부상을 당하게 됩니다. 몸이 회복될 때까지는 운동도 훈련도 할 수 없었죠. 회복 기간을 줄이고 싶던 제임스는 부상 회복과 스포츠 영양학에 대한 리서치에 매달리게 되는데요. 평생 알고 있던 지식과 반대되는 내용들을 차례 차례 접하게 됩니다. 로마의 검투사들이 전부 콩과 보리를 주식으로 섭취하는 채식주의자였다는 연구결과와 유명한 올림픽 메달리스트 선수들이 채식 식단으로 먹고 있었다는 사실이었죠.
리서치 내용을 믿기 어려웠던 제임스는 직접 현역에서 선수로 뛰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 나섭니다. 400m 달리기에서 2회 우승한 호주의 '모건 미첼' 선수, 전미 사이클 대회에서 8회 우승 경력을 가진 '도치 바우슈' 선수, 팬아메리칸 게임 우승자이며 미국 내 신기록을 보유한 역도의 '켄드릭 패리스' 선수, 그리고 지구에서 가장 힘이 센 인간, 555kg 중량을 들어 올린 후 10m를 걸어서 이동한 기네스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파트리크 바부미안' 선수 등. 이들 모두가 채식으로 식단을 구성하고 있다고 말하며 '왜 진작 채식하지 않았을까' '채식하고 나서 기량이 더 좋아졌다'는 경험과 감탄들을 전해줍니다.
제임스는 승용차도 들어올리는 파트리크 선수를 보며 '고기도 우유도 계란도 안 먹는데 어떻게 이렇게 힘이 셀 수 있'는지 의문을 갖습니다. 누구라도 그렇겠죠. 파트리크 선수는 그런 질문을 너무 많이 받아 봤다는듯 태연하게 답합니다. "사람들이 고기도 안 먹고 어떻게 이렇게 황소처럼 힘이 세냐고 물어요. 그럼 저는 이렇게 답해요. 황소가 고기 먹는 거 봤어요?"
파트리크 선수의 말을 들은 제임스는 그동안 가졌던 생각의 오류를 깨닫습니다. 고기를 먹어야 힘이 셀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오류를 포함하고 있던 것이죠. 인간이 먹는 소나 돼지, 닭은 무엇을 먹고 자랄까요? 풀과 곡물입니다. 우리가 소, 돼지, 닭 같은 육류의 섭취를 통해 얻는 에너지는 본래 풀과 곡물을 먹어서 얻을 수 있는 양보다 훨씬 적어지겠죠. 중간 매개체를 거치게 되니까요.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중량을 들어올린 채식주의자, 파트리크 선수. 다큐멘터리 <더 게임 체인저스> 2018 (c)넷플릭스운동하기 전 먹은 음식이
혈관의 혈류 조절 능력을 좌우한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 들어 있는 건 무엇일까요? 그리고 몸에 들어간 음식들은 어떤 작용을 할까요? 제임스는 채식하고 있는 선수들이 어떻게 기량을 늘릴 수 있었는지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을 찾아갑니다. 심혈관 건강 질환을 연구하는 박사는 실험을 통해 육식을 했을 때와 채식을 했을 때, 혈액의 차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보여주는데요. 우리 몸은 특정 장기에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걸 감지하면 혈관을 늘려 혈류의 양이 더 많이 흐를 수 있도록 조절한다고 합니다. 육식을 하면 혈액 내 지방이 늘어나고 혈관 내피가 제대로 기능할 수 없어 필요한 만큼 혈류를 늘려줄 수 없다고 해요. 그러므로 채식을 했을 때보다 육식을 했을 때 운동 능력이 약해질 수 있는 겁니다.
다큐멘터리 <더 게임 체인저스> 2018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회복력이 달라진다
애초에 인간은 육식에 적응한 동물이 아니다
놀라운 사실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바로 식물성 단백질과 동물성 단백질이 인체 내에서 끼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건데요. 식물성 단백질은 항산화제와 미네랄, 비타민 등이 포함되어 있어 몸이 염증을 이겨내고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반면, 동물성 단백질은 염증을 촉진하는 균을 확산시키고 염증성 화합물을 생산하여 심혈관계를 손상시킨다고 합니다. 이런 동물성 단백질이 오랜 시간 축적되면 몸의 회복을 더디게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의 원인이 되는 셈이죠.
게다가 인체의 치아구조와 소화기관을 연구해온 고고인류학 연구를 통해 인간이 육식에 적응한 동물이 아니라 잘 익은 식물과 열매를 골라내기 위해 시각과 지식을 축적하는 방식으로 적응해온 동물이라는 사실 또한 보여줍니다. 인간의 치아는 살점을 뜯어내는 게 아니라 곡물을 으깨기 위해 적합한 모양으로 적응했으며, 육류보다 소화시간이 오래 걸리는 식물 섬유질을 소화하기 위해 소화관의 길이가 길어지도록 적응했다고 합니다. 또 지적 사고를 하기 위해 발달한 뇌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원은 포도당, 즉 탄수화물이며, 육류가 아니라는 것이죠. 제임스는 연달아 기존 상식과는 다른 연구결과와 사례를 접하며 '가장 중요한 건 우리 몸에 맞는 연료를 넣어주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아가게 됩니다.
색과 모양이 다양한 채소와 과일들. 출처 : 픽사베이제임스는 부상 회복을 위한 물음과 해결 과정에서 출발한 6개월의 여정 동안 채식으로 식단을 바꿔 보게 되고, 부상뿐 아니라 체력과 지구력까지 빠르게 회복합니다. 더 가볍고 강해진 몸을 실감하며 영양학, 인류학 등 다양한 방면에서 채식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육식이 최고의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죠. 그리고 한 평생 육식을 했고 심장마비로 쓰러졌던 70대의 아버지를 떠올립니다. '어떻게 고기가 이렇게 몸에 나쁠 수 있지?''왜 다들 이걸 몰랐을까' 라며 혼란스러움과 함께 화가 난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를 접했다면, 평생 먹는 음식 때문에 수명을 앞당기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더욱이 아이에게 먹일 음식으로 선택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채식 식단으로 식사하고 있는 제임스의 가족. 다큐멘터리 <더 게임 체인저스> 2018제임스는 기존에 호신술을 강의하던 클래스 내용에, 몸 바깥을 보호하는 호신술과 더불어 몸 내부를 보호하는 채식에 대해서도 알리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강의를 추가했습니다. 제임스의 여정을 따라가는 다큐는 제임스가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 아이들에게 채식에 대해 설명하고 함께 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습니다. 공동의 위험을 감지하거나 건강상 우려되는 일이 발생할 때 누구라도 그렇듯이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이 먼저 떠오르곤 하죠. 위험을 알리고 원인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니까요. 특히나 위협의 원인이 일상의 음식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육식을 하면 힘이 세지고 건강해질까요? 고기를 먹지 않으면 허약해질까요? 채식을 하면 깡마르고 왜소한 체형의 몸이 될까요? 식물성 식단만으로는 우리 몸에 필요한 에너지원을 충족할 수 없을까요?
다큐 <더 게임 체인저스>에 등장하는 선수들을 보면, 비록 다큐에서 보여준 이들이 소수일지라도 적어도 이런 질문들이 헛된 의문이 아니며 혼란스럽더라도 계속해서 질문하고 고민해봐야 한다는 충분한 이유와 사례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매일의 신체 능력 검증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차이를 확인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스포츠 선수로서의 성과를 위해서 최상의 신체 조건을 만들기 위해 채식을 하고 있으니까요.
다큐멘터리 <더 게임 체인저스> 2018 (c)넷플릭스그동안 지니고 있던 '식이' 및 '식단'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싶으신 분들, 요즘 주변에 채식하는 사람이 늘어나는데 저렇게 먹어서 건강할까? 걱정되고 궁금하신 분들, 육식이 우리 몸에 어떻게 나쁜지, 채식이 우리 몸에 어떻게 좋은지 시각적으로 확인하고 싶으신 분들, 구체적인 논리와 정확한 데이터를 확인해보고 싶으신 분들께 90분 가량의 러닝타임을 기꺼이 투자해보길 권하고 싶습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에는 언급됐던 채식주의자 선수들이 가장 즐겨먹고 좋아하는 채식 식단들이 소개되니 채식할 때 무엇을 먹어야 할 지 진입장벽을 느끼는 분들이 참고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커버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참고 자료
다큐멘터리 <더 게임 체인저스> 2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