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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노무브 May 10. 2022

B에게


아파트 화단에 꽃이 피었다.

꽃이 피어 매일 지나치던 곳에 있던 나무가 매화나무임을 알았다.

분홍빛 하얀꽃이 피는 홍매화 나무였다.

이사는 2년 전 가을에 했으니 작년 봄에도 나는 이곳에 있었는데, 왜 그땐 몰랐을까.


벌 두 친구가 매화의 개화를 축하하듯 아직 벌어지지 않은 꽃망울과 활짝 열린 꽃잎 사이를 맴돌고 있었다. 며칠 전 읽은 기사가 생각나서 눈앞에 있는 벌들이 반갑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다.


벌들은 멀리 한반도 남쪽에서 아니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집단 실종을 알고 있을까.
인간처럼 인터넷 같은 네트워킹 수단이 있어서 동족이 갑자기 사라져버린 일을 인지하고 있을까.

슬펐을까. 슬펐다면 아주 비통하지 않았을까.


벌의 언어는 모르지만 꼭 미안하다고 전하고 싶다.

자연생태계에서 일어나는 이례적인 일들은 대부분 인간이 초래한 기후위기의 결과임을 인지하고 있다고. 너희 터전이 망가져가고 있는데 원래대로 돌이키기위한 변화가 너무 더뎌서 미안하다고. 그래도 너무 늦지않게 해야할 일을 열심히 해보겠다고.

꼭 살아남아달라고.





[글] instagram.com/song2capture

[사진] instagram.com/song2cap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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