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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목격자

(데이트 폭력)

by 몬스테라

요즘 사회적으로 데이트 폭력이 문제다.

이별 통보를 했다고 가혹한 폭행을 하거나 살인을 한 사건도 있었고,

얼마 전 에는 여자 친구로부터 폭행을 당해 심한 상해를 입은 남성에 대한 기사도 보았다.


데이트 폭력을 저지르는 사람은

상대방의 고통에 무감각하고 상대방을 자신의 뜻대로 하려고 하는 성향이 있으며

집착이 강한 사람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느 성별이나 피해자가 될 수 있지만

신체조건이나 힘 때문에 여성이 약자의 지위에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나는 어제 모 지역 백화점 앞 노상을 지나고 있었다.

우연히 고개를 돌려 어떤 건물을 보는데

건물 안의 어두운 계단 앞에서 여자는 건물 밖으로 나가려고 하고

남자는 확 끌어당기며 여자를 못 나가게 막으며 위압적으로 소리쳤다. 그 과정에서 여자가 남자에게 질질 끌려가다 도망치려는 모습도 보였다.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그들을 지켜보았다.


남자는 내가 멀리서 쳐다보는 것을 보고

여자를 건물 안으로 끌고 들어가는 행위는 멈추었다.


여자가 건물 밖으로 나오자 남자는 여자의 손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여자는 손목을 빼려고 시도했지만 남자는 놓아주지 않고

여자가 등을 돌리거나 가려하면 남자가 손목을 잡아당겨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여자는 꽤 오래 손목이 잡힌 채 벗어나려고 안간힘 쓰고 있었다.


여자는 남자가 무서운 것인지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인지

계속 남자한테 놓아라고 애원하며 가려는 시도만 했을 뿐

비명을 지르거나 도움을 요청하지는 않았다.


나는 건물 계단 앞에서 남자가 안으로 끌고 들어가려고 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그 손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상태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공개된 장소에서도

저 손목을 놓지 않고 여자를 가지 못하게 막는데,

만약 장소를 옮겨 밀폐된 공간에 들어간다면

저 여자에게 심한 폭행을 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참을 쳐다보다 여자가 그 남자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나는 경찰에 신고했다.


그들에게 가서 말리고 싶었지만 왠지 나도 한 대 맞을 것 같은 느낌에

구석으로 가서 소심하게 신고했다.

경찰에게 남녀의 복장과 인상착의를 알리고 내가 목격한 사실을 알렸다.

나는 구치소 접견시간에 맞추어 가야 하기 때문에 그곳에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그러나 경찰이 오기 전에 그들이 자리를 뜨면 어디로 갔는지를 알려야 할 것 같아서

계속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한 대 치기라도 하면 그땐 특정 행인에게 부탁해서 다가갈 요량이었다.


그러면서 내 머릿속에는 한 편의 드라마가 그려졌다.


경찰이 검거하여 그 남자의 숨겨진 여죄가 발견된다.

나는 목격자로 경찰에서 진술조서를 작성하게 된다.

그리고 나는 가명을 쓰게 해달라고 부탁할 계획인데

‘내 가명은 뭐로 하지.. 최 목격으로 해 달라고 할까 김딸기로 해 달라고 할까..’


그는 특수협박과 폭행, 상해 등등으로 기소되어 형사재판을 받게 된다.
그는 오리발을 내밀며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검사는 일부 범행의 목격자인 나를 증인으로 신청한다.
증인으로 나가기 전에는 법원에 피고인이 나를 보지 못하도록 증인신문 때 차폐시설을 해 달라고 요청해야지.. 그리고 내가 목격한 것을 자세히 증언해야지.


그런데 갑자기 장대비가 오기 시작했고

나는 근처 가게로 들어가기 위해 조금 이동했다.


이동하는 사이 내 앞에 세워진 입간판들이 내 시야를 가렸는데

이동 후 보니 그들이 사라졌다.


아.. 고구마 78,00만 개 상황.

sticker sticker

경찰들이 도착했을 때는 그들은 없었다.

경찰은 나에게 그들의 인상착의를 상세히 물으며,

그들이 있었던 곳 일대를 수색해 보겠다고 했다.


경찰이 빨리 출동했고

억수 같은 비를 맞으면서도 진지한 자세로

성실히 임해주셔서 감사했다.


그러나 사라진 그 커플을 생각하면

어딘가로 끌려 들어갔을까..그녀는 그 남자와 안전 이별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데이트 폭력을 당했을 경우

나중에 괜찮아지겠지 생각하거나 이유가 있겠지 생각하면

상대방의 폭력은 점점 심해진다.

나중에는 물건처럼 다루려고 할 것이다.


안전 이별을 위해서는 단호하게 하되

주변에 도와줄 수 있는 사람에게도

안전 이별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알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나의 친구가 집착이 강한 남자 친구와 헤어질 결심을 했는데

헤어지자고 한 후 남자 친구가 진상을 떨고 집으로

계속 찾아오면 어떡하지 고민을 했다.


나는 그녀에게 이별 통보의 장소는 공개된 장소로 하되,

남자 친구 회사 앞 커피숍으로 하라고 조언했다.


자신의 회사 앞에까지 와서 이별하자고 하는 여성에게는

진상질 했다가 얘가 나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결과가 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도 있겠다는 무언의 압박을 느낄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 개인에게 생기는 우환을 스스로 막아내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보이지 않는 연대로 서로에게 안전망이 되어 줄 수 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여러분이 길에서 누군가에게 맞고 있는 것을 본다면

최소한 저는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신고합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고자질쟁이입니다.

나는 싫건 좋건 간에 이 도시의 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이 사건은 우리들 전체에 관계되는 일이죠.

-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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