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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이그...

by 몬스테라

피고인들과 상담이나 접견할 때

좀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법정에서의 태도나 복장에 대해서 조언을 하는 편이다.


나와 상담하러 올 때 슬리퍼를 신고 왔으면

법정에는 슬리퍼를 신고 오지 말라고 하고,


폭행죄로 재판받는데 두꺼운 체인 금목걸이는

반성의 태도에 지장을 주는 액세서리이니

그날만은 집에 두고 오라고 한다.


입만 열면 폭탄인 피고인들에게는

내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서면에 다 써서 제출했으니

최대한 정제된 언어로 간단히 말씀하시면 좋겠다고 한다.


재판 전 구치소 상담을 마친 피고인으로부터

편지가 와 있었다.


내가 친절했다고 생각했는지 기분이 좋아서 쓴 편지였다.

저는 호스트바에서 선수생활을 했지만 항상 자부심을 가지고 일했습니다.
변호사님도 비록 국선이지만 쫄지 말고 파이팅.
로펌 변호사보다 더 멋있어요.


뭐래...

재판 당일

재판장님이 피고인에게 이름과 주소, 직업을 묻는 ‘인정신문’ 절차를 하는 중이었다.


재판장: 피고인 직업이 무엇인가요.
피고인: 선수 생활했습니다.
재판장: (서류를 뒤적이며) 공소장에는 종업원이라고 적혀 있는데... 선수면 어떤 종목 하셨나요.


나는 이때 피고인과 눈을 마주치려 노력하며 레이저를 발사하고 있었다.


피고인과 눈이 마주쳤지만 피고인은 영문을 모른 채


피고인: 아, 호스트바에서 선수 생활했다고요.


순간 시간은 멈춘 듯했고..

으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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