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환생
by
몬스테라
Dec 24. 2021
구치소로 접견을 갔을 때 하소연을 하면서 울던 피고인이 말했다.
“제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그런 걸 겪어보지 못한 변호사님이 알 리가 있겠어요.”
“........”
나에게도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았다.
지금도 마냥 편안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때그때 숙제 같은 일들이 있다.
어릴 때는 쉬운 것처럼 여겨졌던 것과
평범하게 여겨졌던 것들이
사실은 이루기 어려운 것들이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천천히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내 생각에
사람에게는 다 각자가 스스로 겪어 내야 하는
어려움의 총량이 있다.
형태만 다를 뿐
각자의 몫인 슬픔과 고통, 난관과 어려움들이 있다.
'
숫타니파타
'
라는 책에 이런 말이 있다.
자녀를 가진 사람은 자녀 때문에 걱정하고,
소를 가진 사람은 소 때문에 걱정한다.
부족한 것 때문에 힘든 사람도 있겠고
자신이 가진 것 때문에 힘든 사람도 있겠다.
나는 살면서 좋은 일 행복한 일 감사한 일이 많았지만,
만약 죽은 이후에도 다시 세상에 나와야 한다면
괴로움과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영혼과 생명이 없는,
돌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사람과 동물들 나비와 꽃들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돌이 되어
칭찬받지도 비난받지도 않고
빠를 필요도 천천히 갈 필요도 없이
하늘의 별과 자연만을 내 것으로 삼으며 평온하게 지내고 싶다.
((만약 화강암이나 대리석으로
태어
나면
,
석재로서 자연을 떠나 시끄러운 곳에 가게 되거나
계단, 경계석, 로비나 거실 바닥이 되는 수가 있으니 현무암 같은 것이 좋겠다.))
‘신과 함께’라는 영화가 있다.
그 영화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저승법에 따라 염라대왕의 재판을 받는데
때로는 환생하라는 판결을 받기도 한다.
그 영화를 보면서도 생각했다.
만약, 영화처럼 환생이 된다면
.
염라대왕:
너는 여러 죄를 짓기는 했지만,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을 마음의 감옥에서 석방시키는 착한 일도 했구나. 사는 동안 마음고생한 것하고 이래저래 상계 처리하니 지옥행은 면하겠다. 너를 환생시켜 주겠다.
나: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꼭 다시 태어나야 하나요. 저는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아요.
염라대왕:
지금 여기도 과밀화 때문에 이승으로 분산시키는 중이다. 너를 환생시킬 터이니 태어나고 싶은 것을 골라라. 동물도 가능하다. 원한다면 갑각류 같은 걸로도.
나:
저는 돌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염라대왕:
안 된다. 이미 이승에는 돌이 넘쳐난다. 게다가 너를 퇴적암으로 만들어 내보내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즉시 석방도 불가능해서 집행이 곤란하다.
나:
곧 폭발할 화산이 있다면 용암으로 분출해 주십시오. 식어서 현무암이 되겠습니다.
염라대왕:
안 그래도 하와이에 들썩들썩하는 작은 화산이 하나 있기는 한데...
나:
제가 가겠습니다 하와이.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는 평온한 날들이 계속되길..
그리고 어려움이 있다면 그 어려움이 잘 해결되고 좋은 일이 생기길..
keyword
윤회
어려움
사람
81
댓글
12
댓글
12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몬스테라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변호사
국선변호인이 만난 사람들
저자
국선전담변호사로 형사사건 국선변호만 하고 있습니다.
구독자
1,768
제안하기
구독
작가의 이전글
으이그...
기질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