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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 강도, 횡령의 차이 - 월급루팡, 소확횡 정리

by 몬스테라


‘월급루팡’이란 일은 제대로 안 하면서 월급을 축내는 직원을 말한다(반의어 사축).


근무시간에 일은 안 하고 딴짓을 하거나 자기 일을 동료나 부하직원에게 미루는 것이 주된 행태이다.

루팡은 ‘대도’인데, 내 월급은 적으니 나는 ‘월급 좀도둑’이나 ‘월급 경범죄자’, 혹은 ‘월급 장발장’ 일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월급루팡은 월급도둑, 시간도둑을 말하는데 이것이 형법상 ‘절도’에 해당할까?


또한, 오래 근무한 직장인일수록 월급루팡이 많고 저 연차 직장인에게는 ‘소확횡’ 두드러진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소확횡’이란 ‘소소하지만 확실한 횡령’의 줄임말로서 주로 탕비실에서 믹스커피와 과자, 음료 집어가기, 종이컵, 복사용지 등 회사 비품 집으로 고고씽, 회사에서 개인적인 출력하기 등 주로 탕비실과 비품 털기로 나타난다. 회사에 대한 불만을 이렇게 소확횡으로 푸는 직장인들이 많다고 한다.

그럼, 소확횡은 형법상 ‘횡령’일까?


단순 거짓말이나 약속 어김에 대해서 공갈쳤다, 사기 쳤다는 말도 빈번하게 쓰는데

형법상 강도나 사기, 공갈, 횡령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절도는 타인의 재물을 절취하는 것. 즉, 도둑질을 말한다.

시간은 재물이 아니고, 월급이라는 재물 자체는 루팡의 절취행위 없이 평온하게 통장에 입금되므로, 월급루팡이 형법상 절도죄에 해당되지는 않는다.

강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타인의 재물을 강취하거나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는 것, 즉, 강제로 남의 물건이나 재산상 이익을 빼앗는 것이다.


절도와 강도의 차이는 강제성에 있다. 폭행 또는 협박으로 빼앗으면 강도, 몰래 스윽 가져가면 절도이다.

공갈죄는 타인을 공갈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얻는 죄, 혹은 공갈을 통해 제삼자가 재물을 교부받고 재산상의 이익을 얻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국어사전에 따른 공갈은 공포를 느끼도록 윽박지르며 을러대는 것인데, 강도죄와의 차이는 폭행 또는 협박의 정도에 있다.


강도는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있는 경우이고, 공갈의 폭행 협박은 ‘공포심’을 느낄 정도면 된다.


칼을 들고 ‘돈 내놔’라고 하면 강도가 될 것이고

상의 탈의하고 문신을 보이며 응하지 않으면 신변에 해를 가할듯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면서

‘술값을 꼭 받아야 하겠느냐’고 질문한다면 공갈이 될 수 있겠다.


그럼, 공갈은 사기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공갈은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하지만 사기는 ‘속이는 행위’인 기망을 수단으로 한다는 차이가 있다.

공갈죄와 사기죄는 모두 재산범죄이므로

재산상 손해를 끼치지 않는 단순 약속 어김이나 거짓말은 형법상 공갈죄나 사기죄라고 볼 수 없다.

속칭 ‘삥땅’이라고 하는 횡령도 재산범죄이다.

형법상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타인의 재물을 유용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는 행위를 말한다. 주체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는 점이 독특하다.


회사 경리직원이 회사 돈을 빼돌리거나 법인의 대표가 회사 자금을 자신의 쌈짓돈처럼 사용하는 것은 횡령이다. 반면 동네 식당 주인이 가게에 있는 돈을 집어 나가서 술을 마시는 것은 횡령이 아니다. 타인의 재물이 아니라 자기 재물이기 때문에(부인이 식당 사장이고 본인은 셔터 관리만 하는 경우 범죄 성립 여부에 이론이 있을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친족상도례 적용되어 처벌 안 받음).


‘소확횡’으로 돌아가서 보면,

회사 공용 비품을 직원 개인에게 보관을 맡겼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탕비실 털기나 비품 털기는 엄밀히 말하면 형법상으로는 ‘횡령’이 아니라 ‘절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우리 형법은 일정한 재산범죄에 대해서 피해자가 가족인 경우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도록 친족상도례를 규정하고 있다.

절도죄·사기죄·공갈죄·횡령죄·배임죄·장물죄 또는 그 미수범과 권리행사 방해죄에 대해서 피해자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이면 형을 면제하고 그 외의 친족 간에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갑이 을과 함께 을의 아버지 돈을 훔친 경우, 을은 처벌받지 않겠지만 갑은 을의 아버지와 친족관계가 없으므로 처벌받는다. 사돈은 친족이 아니므로 사돈 물건 스윽하면 처벌받는다.


결론적으로,

1. 친정에서 물건 집어 오기는 엄마한테 ‘칼만 들지 않았을 뿐 강도’라는 소리를 들어도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다.
2. 회사 탕비실과 비품 털기는 ‘소확횡’이 아니라 ‘소확절’이다.
3. 월급루팡은 형법상의 절도죄는 아니다.
4. 사돈은 남이다.
5.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 취득 목적이 없는 단순 거짓말과 약속 어김은
인간관계 손절의 대상이지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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