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사춘기와 부모의 병환, 그리고 야속한 세월 속에 내 안의 알맹이는 없고, 내가 누구인지 모를 시간들이 있었다. 가까스로 나의 몸뚱이를 부여잡고 정신을 잡아채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내야겠다는 일념으로 다시 일어서야 했던 시간들을 거쳐 나는 한없는 자유를 부르짓게 되었다.
아이들에게서도, 남편에게서도, 부모에게서도 심리적으로 해방되어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겠다고 마음 먹었다. 나에게 들이는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게 된 내 모습을 보며 제대로 된 자아찾기가 시작되었음을 실감했다.
무기력함에 잠식당한 후 다시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큰 힘을 들여야 했던 나에게 몸을 쓴다는 것은 꽤 고무적인 변화였다. 그런 시간 속에 발견한 셔플댄스는 내 발을 움직이게 했고 온 몸에 흐르는 에너지가 되었다. 연습하는 시간들이 소중했고, 연습하며 조금씩 발전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나는 순수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즐기고, 연습했다. 그러나 영상에 비치는 내 모습은 상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안타깝지만 인정해야 했다. 판단컨데 객관적으로 2가지의 문제점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 가지는 연습량이 부족하다는 것, 다른 하나는 몸이 너무 둔하다는 것.
연습은 시간을 쪼개서라도 더 많이 확보하면 하면 되겠지만, 몸이 둔한 것은 파격적인 변화없이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몸이 가벼워지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과거의 내 모습이 아닌 새로운 나로 태어나게 해준다는 운동 커뮤니티를 발견했다. (개인사업자이기에 명칭은 생략) 매일 온라인에서 유산소와 복근 운동을 하고, 코치가 자세를 잡아주며,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제한하는 규칙이 있는. 반신반의했지만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으니 이것이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신청버튼을 눌렀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쁜 중독을 없애는 것이라고 했다.
당, 염분, 밀가루, 술이라는 중독에서 벗어나야 하며, 몸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차가운 것을 피하고 물을 수시로 마시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것. 또한 식사를 충분히 든든히 해야한다는 것.
이론적으로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것이었지만, 지키지 않았었던 것을 누군가를 통해 새롭게 인식하고 통제 받다보니 모르는 사이 조금씩 지켜 나가고 있었다. 퇴근하면 꼼짝도 하기 싫었는데 어느새 일어나 운동복을 갈아입고 요가매트를 펼치고 있었다.
하루도 빼지 않고 운동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너무 하기 싫은 날에는 나와의 타협을 수시로 시도했다.
오늘 하루만 쉴까, 하루 정도는 괜찮잖아?
하지만, 한편으로 나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무거운 몸을 일으켜 미션을 수행했다. 물론 빼먹은 날도 있긴 했지만, 그런 시간이 90일정도 지났다.
입에 들어가는 음식을 생각하게 되었고, 내 몸을 아끼게 되었다. 나에게 안좋은 것을 무분별하게 허락하고 싶지 않아졌다. 그러다 보니 40대 갱년기를 앞둔 여성임에도 근육량이 늘었고 지방이 줄어드는 시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누구보다 가장 아끼고 신경써야 하는 사람이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들을 보내며 나는 마음도 몸도 더 단단해진 사람으로 거듭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