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내가 사업을 하게 될 줄이야...
전혀 예상치 못했던 시작이었다. 대학 졸업 후 24년을 한해도 쉬지 않고 숙명처럼 "남의" 회사를 다녔으니... 난 평생 월급쟁이로 경제활동을 마무리할 거라 생각했다. 남편 때문에 이렇게 다른 인생을 시작하게 될 줄이야...
마지막 12년 동안은 화장품회사를 다녔고, 그사이 남편은 중증 화폐상 습진으로 일상이 멈춰진 듯한 삶을 살았다. 남편을 살려야 했다. 절박함에 약초추출물을 개발했고, 남편을 살려낸 그 약초추출물이 내 사업아이템이 되리라고는 정말 꿈에도 생각 못했던 일이다. 내 인생계획에도 없던 일이다.
이걸로 내 사업을 해야겠다 결심한 게 2019년 12월이었고, 회사를 관뒀고, 바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다. 성격 급하게 12월에 무작정 세무서에 가서 개인사업자를 냈다. 그러고 나서 사업을 하고 있는 몇몇 선배들을 찾아다니며 얘기를 듣다 보니, 법인사업자를 내란다. 나중에 사업이 커질 때를 대비해서...
귀가 얇고, 일단 실행하고 보는 나는 개인사업자와 법인사업자가 뭔지도 잘 모르면서 그냥 법인사업자를 다시 냈다. 2020년 1월 28일에... 오늘이 2025년 3월 14일이니, 만 5년 하고도 2달 정도가 지났다. 창업의 데스밸리라는(맞는지 모르겠다만...) 3년도 지났고, 5년도 가까스로 넘겼다.
처음 1년은 무급으로 지냈고(법인은 내가 만들었지만, 오롯이 내 것이 아니고 법인통장의 돈도 내 돈이 아니라는 사실은 한참뒤에 알았다. 이런 준비 안된 사장이라니..) 2년 차에는 밥값정도, 3년 차에는 조금 더, 6년 차인 지금은 그래도 온 가족이 밥은 먹고살 수 있을 정도로 월급을 받고 있다.
30대에 사주를 봤던 몇 개의 철학관과 점집 중에서 2군데 용한 곳이 있었는데, 둘 다 내가 49세에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었다. 그땐 그랬다. 49세에 경제활동을 다 접을 노년(?)에 무슨 사업을 시작한다니 말이나 되는 말인가... 그런데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내가 했고, 하고 있다.
49세에 사업을 시작한다는 의미는 사주에서 보면 그때 시작이 아니라 자리 잡고 번창하기 시작한다는 의미라고 나중에 누가 그랬는데, 글쎄 그 얘기가 맞는지는 모르겠다. "번창"의 기준이 다 다를 테지만, 1년 차보다는 3년 차가 더 번창한 것은 사실이긴 하다.
많이들 질문한다. 사업시작한 것 후회하지 않냐고. 천만에.... 왜 늦게서야 사업을 시작했는지 땅을 치고 후회할 따름이다. 좀 더 머리가 초롱초롱하고, 몸도 빠릿빠릿할 때 시작할걸. 잠자는 시간 빼고는 일만 하는 삶을 살고 있지만, 너무 재밌고 재밌다. 오늘도 24살 아들에게 넌 월급쟁이 말고 사업을 해라라고 권할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