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yric by 신병섭

싱어송라이터 신병섭의 노랫말 이야기.

by 신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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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하게 된 계기는 음악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 때는 남들보다 노래를 잘 부르지도 못했고, 연주하는 악기가 있던 것도 아니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는 늘 나의 친형과 내가 누운 머리맡에 자기 전에 카세트를 놓아 주셨다.

그리고 그 카세트에서는, 양희은의 찔레꽃 피면 이나, 늙은 군인의 노래, 백구 같은 노래가 흘러 나왔고,

지지직 거리는 노이즈와 함께, 유희열의 FM 음악도시의 오프닝 곡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카세트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가만히 듣고 있다가, 잠이 드는 순간의 그 평온함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더 이상 어머니께서 형과 나의 잠자리를 챙겨주지 않아도 될 만큼 머리도 크고 감성도 커 가던 사춘기 시절.

그 때도 항상 내 방 한 편에는 카세트가 있었다.

그리고 방에 불을 끄고 잠에 들기 전에는 항상 다시 카세트에서 음악이 흘러나왔다.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누군가의 신청곡이나, 며칠 전 새로 산 좋아하는 가수의 테이프의

1번 트랙 노래를 나는 여전히 설레는 마음으로 들으며 눈을 감곤 했다.


내가 왜 음악을 하게 되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면, 사실 그 때의 기억 때문일 것이다.

어린 시절 내 옆에서 같이 음악을 들으며 잠을 자던 형은, 음대 작곡과를 진학했고

지금은 영화와 드라마 음악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나 또한, 올해로 10년 째 음악을 하고 있다.


음악을 처음 좋아하게 된 그 어린 날의 기억들을 가만히 떠올려 보면

감각적으로 어느 하나 부족함 없이 풍성했던 것 같다.

시각적으로는, 컴컴한 방의 적막함 속 옆에 누워 있는 형의 어렴풋한 모습이

촉각적으로는, 머리만 빼꼼히 내놓고 온 몸을 덮었던 솜이불의 부드러움이

후각적으로는, 그 솜이불을 뒤척일 때 나던, 우리 집의 냄새가

청각적으로는, 카세트 속 음악의 멜로디와, 멜로디 위에 입혀진 가수의 따뜻한 목소리

그리고, 그 목소리로 이야기하던 수 많은 노랫말들.


어머니는 알았을까, 머리맡에 무심코 놓아주던 그 카세트가

두 형제에게 얼마나 따뜻하고 행복한 추억이었는지,

그리고 자식들이 그 카세트 속 음악을, 이제 직접 만들어서 밥을 벌어 먹고 사는

그런 삶을 살게 될 줄.


그래서 적어도 나에게 있어 음악을 만든다는 건,

음악을 처음 좋아하게 되었던 그 때 그 어린 날의 추억을 되살리는 일이고,

그리고 그 때 들었던 음악들에 담긴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을

이제는 나의 언어로, 나의 감정으로 다시 한 번 표현해 보고 싶기 때문일지 모른다.


2021년 1월 부터 매월 한 곡씩 싱글앨범을 발매하고 있다.

나름대로 10년 째 음악을 해오면서 느꼈던 감정과 마음들이 있다.

굳이 다 열거하지 않아도, 어떤 예술이라는 영역의 일을 10년 정도 해 본 사람이라면

그 징하고 진득하고 진저리나는 그런 어떤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거라 생각한다.


1월 부터 시작된 월간 신병섭은

그냥, 가장 나 답게 내가 하고 싶고,

누구보다 내가 제일 듣고 싶은 음악을 다시 한번 시작해보자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이건 누가 시킨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내가 12월까지 다 채우지 못하고 중간에서 그만 멈춘다 해도

아무도 아쉬워하지 않을 그런 혼자만의 프로젝트이지만

이상하게도, 그 어느 때보다 재미있게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음악을 만들고 있다.

(물론, 그래도 앨범을 발매되고 진짜 나를 제외한 아무도 이 노래를 듣고 있지 않는 듯한 쌔한 느낌이

들면 좀 서운해지기도 한다.)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발매된 노래들

그리고 그 이전에 발매했던 노래들과, 앞으로 발매하게 될 노래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다.

사실 길어야 4분 남짓한 노래 속 가사 속에서

내가 하려고 한 이야기를 오롯이 다 전달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멜로디와 운율이라는 틀을 벗어나서, 조금 더 자유롭게 내가 그 동안 써왔던 노래 가사에

담긴 이야기들을 앞으로 나눠보려고 한다.


모든 심리학자의 심리학 이론은, 그것을 창시한 심리학자의 자기 고백이라는 말이 있다.

음악 또한, 그리고 그 음악의 심장과도 같은 노랫말 또한 그 노랫말을 만든 사람의

자기 고백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아마 그것이 꾸며낸 이야기일지라도, 그건 분명 그 사람의 이야기이다.

마찬가지로 내 노래의 가사 이야기를 한다는 건,

결국 내 노래의 가사를 빌려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음악이 아닌 글로 조금 더 표현해 보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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